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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Mar 17. 2024

SF 단편 3주 완성

문학의 형태는 인류 역사와 함께 변화했으므로, 현대 소설을 쓰는 데 어떤 특정한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무리한 생각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론들을 내세우며 이 책을 쓴 이유는 21일 만에 단편 소설을 완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21일 만에 쓸 수는 없고, 2달 만에 쓸 수도 있고, 21년 만에 쓴다고 해도 응원합니다. 그러므로 21일은 프로 작가에게는 현실적인 숫자이고, 지망생에게는 일종의 상징적인 단계 숫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많은 의미에서 이 작법 책보다는 행동서입니다. 이 스케줄러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소설 완성을 할 수 있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합니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잊힙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매우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과 사건, 그리고 의미들도 잊히곤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완성해낸 몇몇 이야기들은 소중한 의미가 되고 불멸이 되어, 당신이 죽고 나서도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21일 만에 단편 소설을 써야 하는 이유:

당신은 초고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에서 기적적으로 영감이 내려와 베스트셀러를 쓰는 일이 가장 멋있게 보이고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만 작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깊은 절망을 느끼다가 갑자기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해리 포터라는 소설을 써서 전세계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조앤 롤링이나, 매일같이 밤새 명작 단편 소설을 쓰고 오후에는 파티에 참석해서 술에 취했다는 피츠제랄드처럼 말입니다. 어쨌든 그들도 초고는 완성했습니다. 대작이 아니라 초고를 많이 쓰라는 권고로 수업을 시작하곤 합니다. 확률에 근거한 말입니다. 초고를 많이 쓰면 대작이 나올 수 있지만, 로또 같은 영감을 기다리며 대작을 쓰려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몇 년, 수십 년이 지나도 초고가 나오지 않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과연 스케줄러를 따라 하는 방식으로 단편 소설 완성이 가능할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나 기타의 이유로 21일 완성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좌절하지 말고 일정을 무시하고 작법서로서 도움을 받기를 바랍니다. 작법서로서 이 소설 스케줄러는 레고 블록 쌓는 지침서나 건축설계도처럼 만들어져 있습니다.     

강우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의 2022년 AI타임즈 인터뷰를 살펴보자. ‘정보를 조합하고 배치하는 스토리텔링은 웹소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세계를 조합하고 배치해서 또 하나의 세계를 완성해가는 작업이며, 21세기 한국소설의 한 특징이 조합형 소설로 파악되는 것이다. 이는 정지돈의 소설을 도서관 소설, 지식조합형 소설로 평가한다거나, 김중혁 소설가가 스스로를 ‘레고 블록’이라고 지칭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즉 정보의 조합과 배치의 스토리텔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오늘날의 대중문학과 순수문학 모두에서 활용되는 것이다.’     


앞으로 문학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현재는 필자도 위와 비슷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창작 수업에서 지난 수년간 많은 수강생들이 데뷔하자마자 수상을 하거나 데뷔를 이뤄냈습니다. 데뷔가 끝은 아니고, 세상은 또 쉼없이 변하기 때문에, 이후에도 끝없는 자기계발을 놓치지 않도록 조언하고 합평을 돕고 있습니다.     


당신이 21일 만에 단편 소설을 쓰면 좋은 이유:     


어째서 단편 소설인가? 트리트먼트, 웹소설, 시나리오, 웹툰 등이 아니고? 판권 판매 가능성과 작업하는 시간과 에너지의 효율성, 자신만의 작품이 남는 형식의 출간 가능성 때문입니다. 요즘은 줄거리나 캐릭터 공모전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원천이야기 IP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당선금 외에 판권을 팔거나 자신만의 작품집을 내기는 애매합니다. 

웹소설은 적어도 10편(A4용지 40여 장)을 써야 심사받을 수 있고, 시나리오는 다 쓴다고 해도 영화로 완성되는 경우가 드물고 수정 요구도 많아서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자신의 작품이 남지 않습니다. 웹툰용 아이디어는 상업적인 경우가 많아서 모든 아이디어들이 웹툰용으로 쓰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단편소설이 작업시간도 비교적 적게 걸리고 저작권을 가지고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수상을 하거나 판권 판매로 2차 창작물(웹툰, 웹소설, 영화, 드라마)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작품을 쓰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공모전에 당선된 대부분의 작가들이 현업 작가로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즉, 다음 작품을 쓰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공모전을 준비할 때 한 작품을 무수히 수정하고 합평하고 하던 그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항상 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작품에 대한 평가가 두려울 수 있고, 그만큼 잘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 자신만의 작품 세계에 대한 고민 등 생각에 잠기다가 시간이 갑니다. 일년, 이년이 지나가면서 결국 펜을 놓게 됩니다. 그럴 때는 기성작가라 할지라도 소설 스케줄러를 따라서 쓰면서 잡념을 줄이고 요령을 갖고 글을 빨리 완성해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완성한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실패도 경험입니다. 항상 훌륭한 작품만 쓸 수는 없고, 자신이 훌륭하지 않은 작품이라 판단해도 독자나 평론가는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고, 속도를 잡는 자가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빨리 작품을 쓰는 게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아이디어, 이미 다른 작가가 쓰고 있다.'라고 나는 늘 주장합니다. 필자는 이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뷰티 인사이드', '푸른 늑대의 파수꾼'과 비슷한 아이디어로 소설을 썼지만 완성도가 높지 않다고 발표를 안 하고 있었는데 영화와 책이 출간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독특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다른 사람들도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 후에도 그런 일들을 간접적으로 자주 경험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제품을 쓰고 비슷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비슷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콘텐츠 경쟁이 심한 요즘 시대에는 빨리 쓰는 작가가 그 아이디어의 저작권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완성해서 데뷔하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꿈만 꾸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펼칠 수 있습니다. 책을 한 권 냈다거나 단편 소설을 완성해서 데뷔했다는 경험은 다음 단계로 작가를 향하게 합니다. 영원한 작가 지망생이 아니라 이제는 진짜 작가이고, 그러므로 더 이상 공모전 심사위원의 취향이나 기성작품들을 기웃거리지 않고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펼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자신이 아직 명성 있는 작가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나머지 주위를 기웃거릴 수도 있지만, 아마도 최소한 예술가로서의 자존감은 챙겨놓은 상태일 것입니다.) 그리고 현대에는 전업 작가들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높은 교양 수준과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글 쓰는 훈련을 할 시간과 에너지가 없을 뿐입니다. 게다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다양한 현대의 양상을 비출 작가들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작가들의 예술성이 예술 생태계를 풍요롭고 생기 있게 만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 소설을 쓰면 안 되는 사람은? 물론 있습니다. 장편 소설의 영혼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들은 단편의 구성에 맞지 않는 방대한 세계관과 수많은 인물들, 그리고 여러 개의 복잡한 플롯을 구상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냥 곧바로 장편 소설로 가면 됩니다. 장편 소설의 분량이 이제 500매 정도(A4 60여 장)로 짧아졌기에 속도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항상 이 소설 스케줄러를 참조해서 소설을 써야 하나? 아닙니다. 인물을 중심으로 내면 묘사에 집중한다든지, 형식을 파괴하는 소설이든지 하는 경우 이 소설 캘린더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속도를 내야 하는 아이디어 작품이나 일반적인 소설의 습작의 경우 가장 잘 어울릴 것입니다. 우선 이 소설 캘린더로 초고를 완성한 후 다른 스타일로 수정하는 것도 권고합니다.     


단편 소설의 단점:     

장편 소설에 비해서 출간이 어렵습니다. 공동 단편집에 섞여 출간하거나 전자책, 웹진 우수 독자로 뽑히면 출간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단편을 많이 모았다고 해도 신인의 단편집은 발간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글쓰기 훈련이 되었다면 꼭 장편 소설을 쓰기 바랍니다. 장편 소설은 신인일지라도 투고하면 발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편 소설의 구성, 인물, 문장의 형상화 수준이 모두 중간 이상이어야 합니다. 하나라도 허물어지면 단편의 특성상 너무 쉽게 눈에 띱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거슬리는 점을 보완해줄 합평이 꼭 필요합니다. 그에 비해 장편 소설은 구성이 조금 느슨하거나 세계관 설명을 많이 해도 캐릭터가 매력적이거나 스타일이 새롭거나 하면 그 자체로 하나의 멋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편소설만을 많이 쓰면 장편 소설 쓸 때 힘이 듭니다. 장편 소설도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단편 소설을 쓰는 것은 모든 글쓰기의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에 소중한 자신만의 콘텐츠를 손에 넣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사는 것처럼, 예술 작품을 사는 것처럼 자신만의 콘텐츠를 모으는 것은 미래의 또 하나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지난 많은 작가들은 당대의 문학 형태인 동화, 단편, 장편, 시나리오를 다 섭렵했습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시대라서 작가 수명도 길어져서 시대에 발맞춰가자면 재교육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단편 소설로 콘텐츠 제작의 기본을 배우고 훈련하며 VR,에스엔에스 스토리텔링, 퍼스널 브랜딩, 웹툰, 웹소설, 대본 등 여러 형태를 이해하고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편 예고--


지금 당장 일정을 시작해보자.               

1주차

시놉시스 만들기     

*내가 과연 SF를 잘 쓸 수 있을까?

1일차: 자아 성찰은 모든 글쓰기의 시작

나는 왜 소설을 쓰는가.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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