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분 인생수업 - 장소 편

좋은 장소에는 좋은 시간이 있었다.

by 글 쓰는 히지니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초등학교 4학년 윤이의 대답은 집.


지난 주말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코로나19,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때를 생각해 보면 어찌 버텼는지 알 수 없다.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해 억지로 집을 사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집의 좋은 점을 하나하나 여섯 살 윤이에게 설명했다. 우선 어린이집이 가까웠다. 도서관도 걸어서 갈 수 있다. 산책로, 화장실이 있는 놀이터, 다이소도 가깝다. 지하철역도 코앞이다. 버스정류장은 더 가깝다. 윤이가 뛰고 소리를 질러도 누구 하나 눈치 주지 않는다. 다툼 없이 잘 살고 있다. 이렇게 장점을 늘어놓고 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집이다.



등굣길 <아침 10분 인생수업>에서 좋아하는 장소를 물었더니 역시나 집이이었다. 집을 제외하고는 첫 번째가 동대문이었다. 그다음이 도서관, 성당, 학교 순이었다.

동대문 종합 시장은 방학 때마다 간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갈 예정이다. 동대문 종합시장 5층은 액세서리 천국이다. 평소에 사지 못하는 귀여운 아이템을 마구 살 수 있다. 열쇠고리, 팔지, 목걸이를 만들 수 있다.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처음 갔을 때는 자제가 힘들었다. 머릿속으로 디자인을 하고 필요한 구슬과 고리를 고를 수 있게 되었다.

도서관도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어 좋아한다. 성당과 학교도 윤이 입장에서는 재밌는 장소들이다.

"그다음은 엄마 차례. 집 빼고." 하며 바텀을 넘겼다.

나는 유럽이 떠올랐다. 그중에서 로마와 파리. 로마 분수도 보고 파리에서는 센강 유람선도 타고 싶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 문구 백화점, 도큐핸즈. 종일 구경해도 될 만큼 귀여운 문구류가 가득하다. 마지막은 삿포로. 지난겨울 윤이랑 갔던 눈 많은 삿포로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하니 윤이도 추억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말로 꺼내 놓는 사이, 정말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자기 전 독서시간 오 헨리 단편집을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로 유명한 작가라서 따뜻한 내용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붉은 추장의 몸값>은 상상 초월이었다. 윤이뿐만 아니라 나와 남편까지 깔깔거리며 웃었다. 바로 전에 읽은 삐삐 롱스타킹보다도 심각한 장난꾸러기가 등장한다.



이렇게 책을 읽는 침대가 세상 어디보다도 좋은 장소가 아닐까 했다. 십 년 훌쩍 넘은 이 공간이 익숙하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겼다. 새거가 좋고 가질 수 없는 게 멋있어 보이는 세상이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진다. 낡아서 교체해 달라는 신호다. 부품을 사서 새로 갈아끼우면 아무 일 없는 듯 물이 떨어지지 않을 거다. 이렇게 하나하나 고치며 살 수 있어 다행이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별것 아닌 하루도,

별것 있는 문장이 되는 시간을 살아가며.

《마자 마음 쓰기》

마음의 자유에서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입니다.

육아 중인 분, 일상에 지친 분,

내 마음을 어딘가에 붙잡아두고 싶은 분,

글로 잠시 멈추고 싶은 모든 분을 기다립니다.



“잘 쓰는 글”이 아니라

‘나답게 쓰는 글’을 함께 찾아갑니다.

글이 되기 전의 마음부터 시작해요.






작가의 이전글그림책으로 나누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