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
홈스쿨을 결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아이들을 데리고 예배 모임에 참석했다. 예배가 시작되기 전,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은 유리 칸막이가 있는 방에서 따로 만나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 가족이 홈스쿨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모두에게 낯설고 특이하게 보일 때라, 만나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느냐 놀라며 묻곤 했다.
어른들이 뭘 물어보면 또박또박 대답 잘하는 일곱 살 먹은 우리 둘째 딸에게 어떤 이모가 홈스쿨은 어떠니, 재미있니? 하고 물었었나 보다. 얼마나 재밌는지, 자기에게 홈스쿨이 얼마나 좋은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대답을 마무리하는 아이의 말에 갑자기 당황스러워졌다.
“이모, 이모도 홈스쿨 하세요, 학교 보내지 말고요, 학교는 나쁜 곳이에요.”
오…이런… 나는 아이 앞에서 학교는 나쁜 곳이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왜 이런 말을 할까…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첫째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를 정리하고 교문을 빠져나오던 그날도, 나는 우리가 선택한 홈스쿨을 통해 두 딸이 건강하게 잘 자라나길 기도함과 동시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수많은 아이들도 훌륭하게 성장하길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는데… 정말 학교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나의 말, 태도 어디에서 나도 모르게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아이에게 흘린 것은 아닐까, 마음이 조심스러워졌다.
아이에게서 그 말을 들은 이모는 워낙 좋은 사람인 데다, 나와는 홈스쿨을 시작하게 된 과정에 대해 이미 많은 이야기를 나눈지라 대수롭지 않게 웃으면서 지나갔지만, 아이에게는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해 줘야 했다.
“딸, 우리는 학교가 나쁜 곳이어서 홈스쿨을 하게 된 것이 아니야, 먼저는 너네가 원했기 때문에 한 거고, 아빠와 엄마와 언니와 네가 다 같이 기도하고 의논하면서 홈스쿨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길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선택한 거야. 학교도 홈스쿨도 다 좋은 거야. 학교를 다녀도 예쁘고 멋지게 성장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니? 학교에 다니면 다니는 대로, 홈스쿨을 하면 홈스쿨을 하는 대로, 주어진 대로 열심히 배워가면 다 같이 자라 가는 거야. 그러니 이제 학교는 나쁘다는 말은 하지 말자, 알았지?”(당시는 아이가 이해하도록 쉽게 설명했겠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다.)
우리 딸은 엄마의 말을 잘 알아들었고, 그 후로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아이에게 설명해준 말은 사실이며, 진심이다. 학교에 대해서나 한국의 교육 제도에 대해서는 비판할 것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내가 홈스쿨을 하고자 결심한 이유는 아니다. 학교의 문제점 때문에 홈스쿨을 선택했다면 우리의 홈스쿨은 그에 대한 완전한 대안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엔 우리는 너무나 불완전했고, 일단 선택은 했으나 홈스쿨은 그야말로 우리에겐 미지의 세계였다. 학교든 홈스쿨이든, 어느 곳이든 문제없는 곳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완벽한 어떤 체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곳에서 문제와 씨름하고 뛰어넘으며 배우기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정과 가족 그리고 일상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길 바라서 홈스쿨을 선택했다. 그 말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어떤 것을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선택은 항상 포기를 동반한다. 모든 것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면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홈스쿨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 안에서 나름의 열매를 맺고 여기까지 왔다. 감사하다.
그리고 여전히 기도한다.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그리고 학교가 그들의 선택 안에서 길을 찾고 열매를 맺기를…
학교도, 홈스쿨도 모두가 아이들의 건강한 배움의 터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