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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기쁨 Mar 23. 2023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세바시 대학 글쓰기 수강생 41인의 책이 출간되다




한참을 기다리던 책이 오늘 드디어 도착했다.

지난 2022년 세바시 대학 글쓰기 전공을 함께 한 수강생들 41인의 글을 모은 에세이 집이다.


비록 공저의 형식이긴 하지만 내 이름 석자가 떡하니 찍혀있는 책이 발간이 되다니...

택배가 도착하고 포장을 뜯고, 실물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마음이 뿌듯해짐과 동시에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왔다.

제목은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세바시 글쓰기가 지향하는 바와 우리의 공동출간의 의미를 정말 잘 담은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이다. 나도 세바시 대학과, 함께 한 수강생들이 아니었다면 이 길을 도저히 혼자 걸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바로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이다.

마음 한 구석엔 글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언제나 있었지만

무슨 글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도무지 모르겠고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글을 쓴다는 것이 과연 어울리는 일인가에 대한 의심 등... 글을 쓰기 어렵기만 한 수많은 이유들에 치여 엄두도 못 내고 있었을 그때,

예정에 없이 잠깐 만난 아는 언니로부터 현재 세바시 대학 글쓰기를 하는데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세바시가 강연 프로그램인 줄은 알았지만, 대학이라는 것이 있다니..

그리고 거기서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니 단숨에 마음이 빼앗기고 말았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수강신청을 했고, 그 뒤 4개월 동안 12개의 에세이를 써야 하는 엄청난(나에게는 그랬다) 과제들을 다 제출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의 고통에서 벗어나 점차 그 깊이와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은 세바시 글쓰기 전공을 선택한 가장 큰 보람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고

계속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한 브런치에서 작가 승인을 받고

오늘 수강생들의 공저가 출간되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그림처럼 한컷 한컷 펼쳐지며 감동을 자아내는 지난 1년은 나의 삶에 새로운 전환과 도전을 가능케 한 잊지 못할 시간들로 남을 것이다.




41인의 공저이다 보니 온전한 내 책은 아니다.

그리고 함께 저자로 이름을 올린 분들의 면면을 보면 이미 출간작가이신 분들,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시는 전문가들, 그리고 각 분야에서 이미 많은 성취를 이루신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의 훌륭한 글들 사이에 숟가락 하나 살짝 올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언젠가는 나도 내 이야기들을 온전하게 담은 나의 책을 쓰게 될까 모르겠다.


한 10년 전, 내가 연재하던 크리스천 카툰 사이트의 한컷 그림 묵상을 보고 감동을 받으신 어떤 출판사의 대표님으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좋은 기회가 왔기에 온 힘을 다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보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상황들을 만나면서 결국은 계약 직전에 아쉽게도 포기하고 말았다. 한 번씩 돌아보면 후회가 될 때도 있지만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깨닫게 된 것들 중의 하나는 책을 낸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400컷의 그림과 글을 써야 하는 작업량이었다. 당시 나는 그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단지 성경을 읽다가 마음에 감동이 되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면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정도로 그 일을 하고 있던 것이었는데,

갑자기 일정한 기간 안에 책을 만들기 위해 주어진 엄청난 작업량을 감당하게 되었을 때, 더 이상 성경을 읽는 기쁨도, 감동도, 그리고 그것이 그림으로 재 탄생될 때의 만족감도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불안까지... 그것을 단순한 창작의 고통이라고 치부하기엔 아직 글을 충분히 써 내려갈 필력이 부족한 나의 능력의 한계가 내 앞에 커다란 벽처럼 버티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때 알았다. 책보다는 글이 먼저라는 것을...

책을 써야겠다는 의지와 목표보다도 먼저 글을 꾸준하게 쓰는 습관이 나에게 필요하고

그렇게 내 안에서 풍성해진 글이 결국 책이라는 모습으로 열매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참 많이도 돌아왔다.

그동안 글쓰기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지 못한 점은 안타까운 일이긴 하나

지금이라도 글쓰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나에겐 정말 다행이다.




오늘 나에게 도착한 이 책도 나에게 지금처럼 계속해서 즐겁게, 부지런하게 글을 써나가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불과 1년 전의 나와 비교해 볼 때, 현재의 나는 글을 더 편안하게 쓰게 되었고, 브런치라는 나만의 글쓰기 공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이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몇 사람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나의 글을 기꺼이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고,

글을 통해 일면식이 없는 분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요즘, 나는 글을 쓰기를 참 잘했구나 하는 만족을 느낀다.

그렇다. 글을 쓰기를 참 잘했다.

이 글쓰기의 끝이 내 책의 출간으로 이어지든 말든... 나에게 온 이 귀한 선물과 같은 글쓰기와 함께 걸어가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미 물리적인 성장은 멈춘 지 오래지만

정신과 영혼과 성품의 성장이 정체되지 않는 삶을 글과 함께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세바시 #세바시대학글쓰기 #글쓰기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책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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