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묵상/ 민수기 10:33-34
그들이 여호와의 산에서 떠나 삼일 길을 갈 때에
여호와의 언약궤가 그 삼일 길에 앞서가며
그들의 쉴 곳을 찾았고
그들이 진영을 떠날 때에
낮에는 여호와의 구름이 그 위에 덮였었더라.
민수기 10:33-34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여러 번 DTS(예수제자훈련학교)를 섬기기 위해
짐을 꾸려 기도원으로 들어가 생활하곤 했습니다.
잠시 3개월의 강의 기간을 보내는 곳이니 우리 가족에게 허락된 공간은
방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좁은 기도원 방에서 네 식구가 불편하게 지내도
함께 예배하고, 강의를 들으면서, 학생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이 컸기에
감사하며 그 삶을 감당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고,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이런저런 핑계로 이제는 이런 생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마지막으로 DTS를 섬겼던 2010년에는 여러 번 기도하고 망설이다가,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하는 무거운 심정으로 짐을 쌌습니다.
이미 초등 6학년이 된 큰 아이도
자기 집을 떠나서 한 방에서 온 가족이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큰 불평하지 않고 같이 길을 나서주었습니다.
아이들을 간사님들의 승합 차에 태워 먼저 보내고
짐을 잔뜩 밀어 넣은 우리 작은 차를 타고 남편과 기도원으로 향하는 내내
눈물이 뺨을 타고 쉼 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이제껏 자원하여 기쁘게 어려움을 감당하면서 잘 살아왔는데
결국 이렇게 나약해져서 끝까지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
실패감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나 저러나 기대감 없이
억지로 불편을 감수하는 생활을 해야 할 것에 대한 막막함 때문에
엄청 속이 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도 편치 않을 거 같아
애써 고개를 차창 밖으로 돌리고 멍하니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생전 그런 구름은 처음 보았습니다.
항상 옆으로 기다랗게 온 하늘 덮은 구름만 보았는데
그날은 내 눈앞에 기둥처럼 위아래로 길쭉한 구름이 떡하니 나타난 것입니다.
신기한 그 구름을 볼 때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고 계시다는 것을…
나의 인생은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움직이는 삶이었고
지금도 마음에 갈등은 있지만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이 이끄시는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나를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것을 하나님은 하늘에 구름으로 써서
나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참… 하나님은 언제나 이런 식이시죠?.. 피..~”
뭔가 아직 토라진 마음이 풀어지진 않았지만 점점 마음이 따듯해져 옴을 느끼면서
그 구름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기도원에 도착하고 짐을 내려놓을 때,
학교의 리더십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어떤 형제가 다가와서 깜짝 놀라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누나, 이제까지 저희가 누나의 가정을 깊이 배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조이(우리 큰 딸)가 좀 전에 그러네요.
삼촌, 우리도 이제 다 컸는데 어떻게 아빠, 엄마랑 같이 한 방에서 지내요? 우리도 방 따로 주셔요라고요…
맞는 말이라 같이 의논을 했는데, 방을 하나 뺄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번엔 편히 쓰세요.”
다들 불편하게 생활하는 상황이라 우리만 편할 수는 없다고, 괜찮다고
극구 사양을 했지만 참 감사하게도
함께 사는 간사들이 기쁘게 결정한 일이라는 말에
결국은 그 마지막 DTS를 방 두 개를 차지하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 나의 문제는 방이 아니라
더 이상 불편함을 감내하면서까지 힘들게 사역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의 완고함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기쁨이 사라지자, 모든 것이 다 불만족스러웠던 것이지요.
하나님은 그날, 구름 기둥을 보이시고, 먼저 오셔서 나의 필요를 채우시는 일들을 통해
내 삶과 부르심의 본질을 다시 기억하게 하셨고,
내가 살아가도록 부르신 길이 어떤 길인지를 더욱 확실하게 보이셨습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때로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길이지만
그 길에서 하나님의 돌보심을 경험하고, 그분을 알아가면서 기뻐하고, 경배하는 삶을 살도록 부르신
그 부르심을 놓지 말고 살기를 하나님은 제게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그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그 길 위에 있고, 하나님은 그때와 동일하게 나를 돌보고 계십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광야 길에서 오직 구름기둥과 불기둥을 의지하며 나아간
이스라엘 백성처럼, 나도 그분의 임재의 구름을 바라보면서
주님 오시는 날까지 매일매일 주와 함께 걸어갑니다.
*저는 사람들을 훈련하고 선교지로 파송하는 한 선교단체에서 거의 30년 동안 제자훈련을 하며 살아왔습니다.그 동안의 이야기들을 그림과 함께 가끔씩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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