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묵상/ 마태복음 14:24-27
배가 이미 육지에서 수 리나 떠나서 바람이 거스르므로 말미암아 고난을 당하더라. 밤 사경에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서 제자들에게 오시니 제자들이 그가 바다 위를 걸어오심을 보고 놀라 유령이라 하며 무서워하여 소리를 지르거늘
예수께서 즉시 이르시되 안심하라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
마태복음 14:24-27
한 번은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이 물 위를 걸어 큰 바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제자들에게 가시는 장면을 묵상하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웬만해서는 당신이 정하신 자연의 질서를 깨뜨리시고 일하시는 일이 없으신 예수님이 이 날 이렇게 놀라운 광경으로 제자들에게 나아가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단지 당신이 자연 만물을 다스리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알려주기만을 원하셨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굳이 물 위를 걸으실 필요 없이 육지에 서신 채로 바람과 물결을 향해 위엄 있게 잠잠하라 명령하실 수도 있었겠지요. 그것이 예수님께는 손쉽고 덜 수고로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바람을 뚫고 물 위를 걸어 직접 혼란과 두려움 가운데 있는 제자들에게로 오셨습니다.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해 보았습니다.
'그때 예수님의 심정은 어떠셨을까?'
그때 내 마음에 떠오른 것은 침몰하는 배 한가운데 있는 제자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다다르기를 원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이었습니다.
'얼마나 급하셨으면 물 위를 그냥 달려가셨을까..."
신학적으로 원문 해석상으로 옳으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떠나 그런 예수님의 심정이 내 마음에 와닿을 때 나의 눈물샘은 그 자리에서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내가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할 때 멀리서 문제만 해결해 주시는 무심한 예수님이 아닌
나의 두려움 한가운데로 한달음에 달려오셔서 나와 함께 있어 주기를 원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어두운 내 마음의 바다 저 끝에서 한줄기 빛처럼 다가옴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묵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편에서 "나를 기가 막힌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시고..(40:2)"라는 구절을 묵상한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그린 그림은 웅덩이 속에 빠져 하늘을 올려 보며 구원을 기다리는 내가 있고
웅덩이 밖에서 예수님이 밧줄을 내려 나를 건져주시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내내 내가 그리는 그림이 왠지 흡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그리던 그림을 접고 시편의 말씀을 좀 더 묵상하던 중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계신 곳이 어디인지 나에게 자세히 알려주기 원하셨나 봅니다.
나를 끌어올리시는 예수님은 내가 갇힌 그 절망의 깊은 웅덩이 안으로 내려와 계셨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나와 함께 계시면서 내가 당신을 딛고 그곳을 빠져나가도록 들어 올리고 계셨습니다.
내가 곤란한 상황 가운데 있을 때
예수님은 멀리서 요술방망이만 흔들어 대는 분이 아니라 나에게 찾아오시는 분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찾아오시는 분이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왕따를 당하는 사마리아 우물가의 여인에게도
38년이나 사람들에게 방치되어 고통을 당하던 베데스다 못가의 병자에게도
세리 삭개오와 마태에게 그외의 비천한 병자와 죄인들에게
그들이 하나님의 나라의 가족이 되도록 부르시기 위해 사람의 몸을 입고 친히 찾아오신 예수님
그리고 오늘 여기 나를 찾아오신 예수님...
그 넉넉한 사랑으로 충전되면 때때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이 여겨지는 날들을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내게 찾아오시는 예수님은 암흑을 뚫고 다가오는 따스한 인기척, 인간의 희망이십니다.
"암흑 속에서 고립된 대원이 어둠을 뚫고 다가오는 동료의 전깃불을 기다리고 있었을 순간을 생각하면서 나는 울음을 참았다.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그는 결국 고립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인간에게 다른 인간이 다가오지 않으면 고립된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많은 소방대원들이 암흑과 화염 속에서 고립되어 있다가 동료들에게 의해 구출되었다. 고립된 대원들이 그 암흑을 뚫고 다가오는 동료의 인기척을 느꼈을 때, 그는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다. 다가오고 있는 인기척, 그것이 인간의 희망인 것이다. "
"불자동차", 김훈, <라면을 끓이면서>, 문학동네, p.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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