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의 이야기
독일에서 첫 직장을 잡아 20대를 보내고 8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지 오늘로 딱 한 달째다. 짧은 기간이지만 제법 서울 살이에 적응을 잘했다. 적응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자연스레 여기 생활방식에 맞춰 지낸다. 적응력 하나는 메타몽 뺨친다. 독일의 시간이 일장춘몽처럼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한달이 더 지나면 독일에 대한 기억이 더 흐려질 것 같아 내가 느낀 두 나라의 차이점을 간단히 끄적여보고자 한다.
무의식이 기억하는 독일
1. 지하철:
독일 지하철 문에는 열림 버튼이 있다. 서울 지하철에서도 내릴 때 자꾸 버튼을 누르려고 손을 움찔거렸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 서울의 지옥철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밀고 밀리고 - 밀고 싶지 않아 ‘내릴게요’를 말하지만 모두가 노이즈 캔슬링이 기가 막힌 에어팟을 끼고 있기에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출근시간은 쥐 죽은 듯 고요하지만 퇴근 시간은 붐비는거에 더해 들뜬 분위기로 시끄럽기까지 하다. 분명 첫 주는 지하철 창으로 보이는 한강에 감동하곤 했는데 어느새 그 창에는 미간을 찌푸린 내 얼굴만 보인다.
그렇다고 자가용도 답이 아니다. 꽉막힌 출근길, 한달에 이십여만원이 넘는 주차장 이용 비용. 정답은 그저 인내심을 키우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것 뿐.
2. 플라스틱병 보증금:
독일은 일회용품 수거를 위해 플라스틱 병 보증금 제도가 있다. 그래서 항상 빈병은 모아 두었다 슈퍼마켓에 반납 후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플라스틱 병을 그냥 버리는 것이 어색했다. 한편 분리수거는 우리나라가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요구르트 병도 씻어서 버린다
3. 건널목 신호등:
독일은 보통 건널목에 버튼을 눌러서 사람이 기다린다는 신호를 줘야 신호가 바뀐다. 서울은 차도가 넓다보니 건널목 신호대기가 길어 자꾸 버튼을 찾으려 또 손을 움찔움찔.
4. 1층 = 1층
우리나라의 1층은 독일에서 0층이다. 그래서 1층이란 말을 들으면 순간 2층인가 하고 헷갈렸다.
5. 엘레베이터 인사
독일은 엘레베이터에서 사람이 타고 내릴 때 인사를 한다.할로, 츄스. 이게 습관이 되어서 자꾸 인사를 한다. 아파트야 이웃주민이니 반갑게 받아주시는데, 회사에서도 그래서 문제다. 한 건물에 여러 회사가 입주한 오피스 타워라 다른 회사 직원이 태반인데 자꾸 반사적으로 목인사를 하게 된다. 그럼 이상한 시선이 돌아온다.
6. 예약병
독일은 예약의 나라로 식당이건 병원이건 한참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그러나 서울은 쇼트노티스나 워크인도 가능하다. 놀란게 건강검진 문의를 했더니 바로 다음날 아침에 잡아줬다. 건강검진 절차도 제조공정마냥 신속하게 이뤄져서 감탄의 물개박수를 쳤다. 멋지다 K건강검진 - 브라보! 화이팅!!
7. mit Karte bitte
독일 슈퍼에서 계산할 때 항상 카드로 계산한다고 말했는데, 우리나라는 카드 사용이 많아서 그런지 따로 말하지 않고 그냥 카드 단말기에 꽂으면 된다.
무엇을 배우고 있나/ 배워야 하나
1. 재테크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있다. 하락세라고 해도 많이 올라있다. 대출규제/금리/지역 등 공부할게 정말 많다.
지금은 금리가 높아 일반 적금 금리가 괜찮다. (독일은 알다시피 예금/적금에 대한 이자가 없다) 우리은행 기준 12개월 적금 금리가 4.7퍼센트다. (월 50만원 한도)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지만 리스크도 따르는 법. 그래서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는 5천만원 이하로 적금하기를 추천들 한다. 주식 등 다른 투자 수완이 좋지 않다면 적금이 가장 안전하지 않을까…
2. 연말정산
독일도 연말정산이 있지만 부양가족이 없는 미혼은 공제항목이 많지 않다. 이주비용을 공제할 수 있는 첫해를 제외하고 항상 뱉어내야하는 처지라 정산 신청을 안했다 (미혼의 무자녀에 해당하는 세율 클래스 1급은 연말정산이 의무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소득공제 / 세액공제로 나뉘어 절세를 할 수 있지만 일정 급여액 이상은 해당이 안된다.
- 소득이 없는 부모/자녀 등 부양자가 있거나, 병원비 지출이 많거나, 일반 지출이 많거나 (소득의 25퍼센트 이상) 하면 유리하나 나에겐 해당 없음.
- 연금저축/펀드는 혜택이 있으나 결국 나중에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큰 의미는 없다고 들었다.
결론적으로 겸허한 마음으로 뱉어내면 되겠다
3. 직장가 이야기
한국 직장은 어떤지, 다른 회사 급여 수준 / 분위기는 어떤지 많이 궁금할거다. 요새는 직장인 커뮤니티 앱이 많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론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보니 극단적이고 과장된 내용들도 많은 듯하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싶다) 필터링은 각자의 몫
- 블라인드: 최대 커뮤니티. 회사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회사 사람들만/ 업계사람들만 /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글로 나뉘어서 볼 수 있다. 다양한 토픽이 많다. 이직 준비한다면 업계 회사 연차에 따른 처우를 검색하면 감 잡는데 도움이 된다. 회사 리뷰도 볼 수 있다. 재밌게도 ‘이직하려는데 이 회서 어때요?’라는 글엔 ‘스테이’라는 댓글들만 가득이다.
- 잡플래닛: 회사 리뷰를 볼 수 았고 잡코리아와 비슷한 기능들이 있다.
- 리멤버: 명함 저장 앱으로 시작해 커뮤니티까지 활성화 시키려 노력 중
아직 회사집의 생활을 하기에 이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 수록 배워야할 것이 늘어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