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시에 대해 두 가지 편견이 있다. '이해불가'와 '노잼(재미없음)'. 그런데 내 편견의 창에 금이 갔다. 권혁웅 시인이 내 창에 돌을 던졌다.
<마징가 계보학>이란 제목자체가 재미요, 산문체로 쓰인 시인의 문장은 이해하기 쉬운 짧은 소설이다.
그렇다면 내용은? 지독한 가난, 독재와 민주화를 시대적 배경으로 펼쳐지는 폭력, 청춘, 사랑, 죽음이 있다. 비참하고 절망적인 삶을 아이러니와 패러독스, 그리고 유머로 풀어냈다. 난 그의 유머코드를 따라 웃고는 있었지만 가슴이 찢어졌고 전략적 아이러니와 패러독스 뒤에 숨겨진 펀치를 맞아 멍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의 기억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묘사된 사람들과 상황이 끊임없이 현재로 소환되고 있기에. 그는 겹으로 된 삶에 관해서 말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