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 퀸 Mar 24. 2024

무무와 함께 - 고독

 loneliness vs solitude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무무: 왜 오늘은 어깨가 축 처져 있어?

: 무무! 너 마침 잘 왔다. 나 혼자 있으니까 외로웠어.

무무: 혼자 있는다고 꼭 외로울 필요는 없는데?

: 엥? 무슨 소리야? 혼자 있으면 당연히 외롭지.

무무: 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

: 정말?

무무: 응. 혼자 있는 즐거움(solitude)이 있지.

: 에이, 난 고독이 싫어.

무무: 그건 네가 고독을 혼자 있는 고통(loneliness)으로 보기 때문이야.

: 이해가 잘 안 되네.

무무: 홀로 있는 시간은 나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꼭 필요한 시간이지.

: 그래? 그런데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못 맺을 것 같은데?

무무: 아니, 그렇지 않아.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도 원만한 편이지.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으로 외로움을 해소하려고 하는 사람은 결국 외로움에 더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돼.

: 아직 잘 이해가 안 되네. 사람들과 어울리는 외롭냐고. 혼자 있는 게 외롭지.

무무: 인간은 결국엔 혼자야. 남이 네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순 없잖아. 그러니 네가 진정 원하는 것을 혼자 있을 때 잘 생각해 봐야지. 고독을 물리치려 하지 말고 그 평안한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해 봐. loneliness 가 아니라 solitude를.

: loneliness가 아니라 solitude~. 외로움이 아니라 평안한 상태.

무무: 응, 사람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롭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나:? 어렵네...


난 그날 무무에게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나도 무무처럼 평안한 고독(solitude)한번 빠져보려고.

무무의 말을 조용히 반복해 보았다.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로운 거야." 


손에 잡힐 것 같다가도 연기처럼 사라지는, 말장난 같 이 말을 굴리고 또 굴려 보았다.

어두운 밤이 새벽빛에 물러날 때까지... 





참고:

 * 영어에 있는 두 종류의 고독(孤獨)  

- Loneliness : 혼자 있어서 외롭고 쓸쓸한 상태

- Solitude : 혼자 있지만, 즐겁고 편안한 상태












매거진의 이전글 무무와 함께 - 소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