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와 함께 - 입맛
먹고 싶은 음식이 몸에 맞는다?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같이 점심 먹으러 갈까?
무무: 좋아~
나: 넌, 뭐 먹고 싶어? 난 피자가 당기는데~
무무: 피자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더니. 괜찮겠어?
나: 에잉~ 그래도 피자가 당기는 걸 보니 내 몸에 피자가 필요한 거야.
무무: 과연 그럴까?
나: 이건 내가 삼촌한테 직접 들은 말이야. 우리 삼촌 의사라고! 삼촌이 그랬어. 내가 뭘 먹고 싶다는 것은 내 몸이 그 영양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음식이 당기는 거라고.
무무:......
나: 잘 생각해 봐. 내가 목마르다는 것은 내 몸이 물을 필요로 하는 거고, 사과가 먹고 싶다는 것은 비타민 C가 필요하다는 거지. 어때~ 이번엔 반박하지 못하겠지? 무무~ 반박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해봐~ 히히. 고로 먹고 싶은 데로 먹는 게 몸에 가장 좋다~ 이 말씀이시지.
무무: 술 주정뱅이는 간이 다 굳어져 죽게 생겼어도 몸이 계속 알코올 성분을 원하지. 몸이 술에 중독되었기 때문이지.
나:? 어~ 그건 술주정뱅이고. 난 술 안 마셔.
무무: 넌 피자 먹으면 소화 안 된다고 하면서도 계속 피자를 원하고 있잖아.
나: 그럼 내가 피자 중독이라고?
무무: 몸이 원한다고 네 몸이 그걸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단 말이지.
나: 어라? 그러네... 그럼, 우리 다른 거, 먹으러 갈까?
오늘은 똑똑한 의사 삼촌한테 들은 말이라 100% 확신했고, 엄마, 아빠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똑같은 말씀을 하셔서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무무랑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 자꾸 뒤집히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
내가 피자 중독인가? 앞으로 무무에게 피자 먹으러 가자고 하긴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