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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Mar 23. 2024

무무와 함께 - 소유

to have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무무: 오늘은 왜 그렇게 심통이 나 있어?

나: 응. 친구 때문에.

무무: 친구가~ 왜?

나: 글쎄 친구가 나쁜 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싫어서 충고를 해 주었더니 화를 내더라고...

무무: 친구가 나쁜 점을 가지고 있다고?

나: 응. 아주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지.

무무: 나쁜 점이란 거, 나쁜 습관이라는 거 그건 행동의 양식이지 소유의 개념은 아닌데 왜 소유하고 있다고 말하지?

나: 응? 소유?

무무: 왜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거냐고.

나: 그런 질문이 어디 있어?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얘기하는 걸.

무무: 그럼 사람들은 왜 다들 그렇게 얘기하는 거지?

나 :???

무무: 어떠한 감정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이 맞는 말일까?

나: 가만... 무슨 말인지... 이것 참...

무무:...

나: 그러니까 네 말은 '난 너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 아니란 말이지?

무무: 응~

나: 그럼, 감정 느끼는 것이니까 '난 너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있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이겠구나.

무무: 그렇지.

나: 그런데 왜 사람들은 '가지고 있다'란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쓰지?

무무: 그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와 관련 있다고 봐. 과연 자본주의 사회 이전, 개인 소유의 개념이 강하지 않았던 고대 사회에서도 '가지고 있다'란 표현을 아무 곳에나 다 붙여서 썼을까?

동시대를 비교해 볼 때도 자본주의 사회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사회에서 소유의 개념인 '가지고 있다'란 말의 쓰임이 각 언어에서 차이가 없을까?

나: 어~ 다른 건 모르겠고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 격인 미국 사람들이 쓰는 말, 영어는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음... 그러고 보니 영어는 우리말보다 'have'를 더 많이 쓰는 것 같네. 우리는 '머리가 아프다'라고 하는데 미국 사람은 'I have a headache.'라고 하잖아.

하하! 그러고 보니 웃기네. 얼마나 소유에 집착하면 쓸데없는 고통까지도 'have'로 쓰는 걸까?


무무생각 깊은 눈이 소리 없이 웃자, 난 궁금해졌다. 자본주의 사회가 'have'를 좋아하는데 그럼 내가 좋아하고 자주 쓰는 단어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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