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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Mar 09. 2024

영어백화점

언제나 흥이 넘치는 우리의 씩씩한 영자는 오늘도 영어에 도전장을 내민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 그렇지. 오늘 영문과에 전화해서 혹시 나도 영문과 수업을 청강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이젠 어학연수 온 지도 벌써 두 달이나 되었고. 뭐~ 당당한 영문과 졸업생인데 적어도 영문과 수업정도는 들어줘야 뽀대가 나지 않겠어?"


우리의 씩씩한 영자~ 아침식사로는 버터 발음을 위해 버터를 듬뿍 바른 토스트와 폼생폼사의 정신을 듬뿍 담은 블랙커피를 곁들여 우아하게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전투 자세에 임한다.


"음, 자~ 어떻게 하지? 직접 찾아가서 부딪혀 볼까? 싸나이답게, 아니지 여장부답게!"

"아냐~아냐~ 혹시 부탁했는데 수업 청강 못 듣게 하면 나중에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닌담? 안 되지, 안 돼! 그래 그럼 전화로 물어보면 되겠네."


영어 정복을 위해 미국인이 쓰던 물건을 써야 한다는 지론으로 저번 주에 garage sale 때 2불 주고 산 원어민의 손 때 묻은 아담한 수첩을 꺼낸 영자. Hello?라고 막 써내려 가려다 말고 멈칫한다.


"아니지, 이젠 미리 써 놓고 읽지 말고 직접 부딪혀서 그냥 자연스럽게 해 봐야겠다. 뭐, 이까짓 간단한 것도 못하면 체면이 말이 아니지. 흠~ 그럼 한 번 해 볼까? 가만있어보자. 영문과? 과가 영어로 뭐지?  옳지! department라고 하면 되지? department? 흐흐. 내가 한국에서 늘 말하던 백화점이란 단어에서 store만 빼면 되겠네. department store~ 요거야 익숙한 단어지. 그럼 자 준비완료! The English Department! 아자! 아자! 파이팅!"    


당당하고 자신감이 충만한 우리 영자는 자신감이 뚝뚝 묻어나다 못해 흘러넘치는 손 끝으로 전화번호를 꾹꾹 누른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 딸깍!


누군가 저쪽에서 수화기를 드는 순간, 당황한 우리의 영자

"어~!"

급하게 먼저 속사포로 이야기해 버린다.

"Hello? Is this the English department store?"



"?"

 

딸깍!

수화기를 내려놓는 영자의 손은 타짜보다 빠르고 두 뺨은 캘리포니아 산불보다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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