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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Mar 08. 2024

기원후 2070년,  나는? 제이슨!


기원 후 2070년 5월 1일 07:00시 해가 떴다.


비발디의 사계 중 1악장 '봄'이 잔잔히 흘러나와 곤히 자고 있던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난 부드러운 실크 이불 아래에 좀 더 누워있고자 몸을 쥐며느리처럼 말았다.

조용하고 달콤한 시냇물 소리와 새소리가 이제 천둥, 번개 소리로 넘어가며 데시벨이 높아졌다.


"오케이, 오케이~ 알았다고. 일어났으니 볼륨 좀 줄여."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으니 그제야 음악은 잦아들고 눈앞엔 젊은 여성 홀로그램이 떴다.

"제이슨님, 오늘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손에 쏙 들어가는 LED모니터를 보며 한참 브리핑 하는 그녀는 예뻤다.

매일 바뀌는 영상 캐릭터를 내일부터는 한 명으로 고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젊은 남자 캐릭터로. 아무래도 아침부터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 홀로그램에 뜨면 한번 더 보게 되니 업무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자동샤워부스에 들어가 짧게 에어샤워를 하고 유니폼을 입었다. 자동문을 열고 아라베스크 문양이 새겨진 페르시아산 카펫을 밟으며 홀을 가로질렀다. 홀 끝에 위치한 공동작업실에는 이미 동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통유리를 통해 훤히 드러났다.


07:30시. 홍채 인식기에 눈을 갖다 대니 271283 번호가 뜨며 유리문이 칭~하고 열렸다.  

자리로 가서 나는 홀로그램 스크린에 뜬 해야 할 리스트를 확인했다. 이제 집중해서 일에 몰두한 시간. 쉴 틈은 없다.


16:00시. 나름 효율적으로 쉬지 않고 일했지만 워낙 할 일이 많아서 그랬는지 그 시간까지도 자리를 뜰 수 없었다.


16:12시. 끝났다. 난 팀장을 부르는 부저를 눌렀고 곧바로 풋호버(자기 부상 이동수단)에 올라탄 그가 도착해서 업무체크를 완료했다.

난 내 방으로 돌아가서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2분도 안 걸려 도착할 내 방에 도달하는데 오늘은 3분 40초를 썼다. 너무 피곤한 하루였다. 난 침대에 쓰러져 바로 의식을 잃었다.




한편, 그 옆방에선 매직미러 통해 제이슨을 지켜보는 주인님들의 들뜬 대화가 이어졌다.

"허니, 내일 출발할 달왕복 우주선 예약확인은 아까 내가 했어."

"어, 잘했네. 제이슨은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로 들어가는 거 모니터로 확인했어. 일단 배터리 충전모드로 바꿔놨으니까 내일 아침까지 full로 충전될 거야."

"뭐, 인공 태양 조명하고 홀로그램은 시간 맞춰놨으니까 자동으로 될 테고 무슨 오류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로봇컴에 연락해 놨으니까 우린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이번엔 좀 더 여유 있게 놀다 오자고요."

"그러지. 그런데 제이슨 작업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충전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늘 작업 마치고 작업장에서 제이슨 방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어. 아무래도 이참에 새로운 모델로 바꿔야 할까 봐."

"그건 여행 다녀와서 같이 더 의논해 보도록 하죠. 어떤 모델로 할지."

"그래. 그런데 제이슨이 아침에 나오는 홀로그램을 남자로 바꾸고 싶어 하던데 이거나 일단 바꿔줘야겠네. 여자를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일 방해받는 게 싫어서 남자를 원하다니. 충성도 게이지가 너무 높게 세팅돼서 나왔나? 음... 어차피 바뀌긴 할 테지만 그래도 있을 동안만이라도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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