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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Feb 25. 2024

칠득이네 마을주민 미국여행기 2

맥도날드에 가다.


"아니 대체 공항에 나와서 기다리겠다던 사은 어디 있는 거여유~이거 원, 미국은 왔는디 구경도 못하고 여기서 날밤 다 새게 생겼구먼. 나 원 참~"

모두들 안절부절이었다.

"아니, 긍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한 네댓 시간 기다려야 된다네유. 일 빨리 끝내고 싸게 온다고 했응께 조금만 기다립시더. 미안하다고 하네유."

칠득이 아버지는 얼굴이 뻘게지면서 면목이 없었다.


"아이구, 배고파 죽겄구먼. 어떻게 네댓 시간이나 기다린대유."

모두들 아우성이었다.

"그러면 다들 배고프시니까 뭐 좀 먹으면서 기다리실라유?"

빨리 먹을 것으로 이 사태를 수습하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평의 시간을 때우고자 칠득이 아버지는 큰 소리로 물어봤다.

"음, 그려. 그려. 그럽시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며 오랜 농사로 떼꾼해진 눈들을 칠득이 아버지에게 고정했다. 그리하라 시키지 않았는데도 각자 자신의 짐가방을 끌면서 칠득이 아버지 뒤에 한 줄로 섰다.


사실 어떤 식당에 가야 할지, 식당에서 영어로 주문하는 것이 자신 없는 칠득이 아버지는 당황스러웠지만 짐짓 아는 척을 해대며 당당하게 걸어갔다. 오리새끼들처럼 뒤뚱거리며 자신을 뒤따르는 나이 많은 저들을 아무 곳에나 데리고 들어갔다가는 영어 못하는 것이 들통고 개망신당할 것이 뻔했다. 그의 등은 이미 축축해지고 입은 바짝 말랐다.

그때, 칠득이 아버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 맥도날드.


칠득이 아버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냥 세트 번호만 말하면 만사해결인 패스트푸드점. 그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지그재그로 펼쳐졌다.

"아, 여러분~ 저기 맥도날드로 갑시다. 다른 곳은 우리가 다 앉을 자리가 없응께 절로 가야겄시유. 그래야 다 같이 앉을 수 있슈."

"아, 그런가? 그러세. 그러면..." 모두들 칠득이 아버지 말을 순순히 따랐다.


맥도날드로 들어간 그들은 옹기종기 카운터 앞에 섰다. 칠득이 아버지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모두를 두루두루 쳐다봤다.

"이거 저거 주문하면 공평하지 못항께 다 통일해서 같은 걸로 주문할께유. 불만 없지유?"

어리버리한 촌 사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며 칠득이 아버지만 바라봤다.

칠득이 아버지는 개선장군처럼 자신있게 큰 소리로 주문을 넣었다.  

"Number 1 set, six... 어~ six number 1" 막상 말하고 보니 틀린 영어를 말한 게 아닌가 하고 좀 걱정이 된 칠득이 아버지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Just to confirm, you'd like six Number 1 combos, is that correct?" (주문확인하겠습니다. 1번 세트 6개 맞지요?)

이어지는 직원의 질문이 너무 빨라 못 알아 들었지만 여기서 후퇴할 순 없었다.

"예, 예~ , 아~ yes~yes." 뭐라고 하는지 대충 때려잡았다. 주문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최소한 six, number 1, 이런 단어는 들었으니 '맞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다 대답한 칠득이 아버지. 이제 주문은 다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쉬려는 찰나. 점원의 질문이 이어졌다.


"For here or to go?" (여기서 드실 건가요, 아님 포장해 드릴까요?)

"?"

좀 기다려도 답이 없자 직원이 칠득이 아버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천천히 물었다.

"For here or to go?"

칠득이 아버지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옆에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마을주민들은 칠득이 아버지를 쳐다봤다.


"아, 뭐라는 겨? 왜 대답을 안 하고 그러고 서 있어? 칠득이 아부지. 저 여자가 뭔가 자꾸 뭐라고 하쟎어~"

"저, 그게..."

칠득이 아버지는 순간 당황했지만 나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러니께, 그게... four here 이고, two go 잉께..."

그때 번뜩 칠득이 아버지 머리에 해답이 떠올랐다.

 

"아아! 응, 그려, 그렇지. 긍께 이 여자분이 하는 말은 네 명은 여기서 먹어도 되는디, 두 명은 나가라네유."

"뭐여? 여기 미국은 참 야박하기두 하네. 어찌 네 명만 되고 두 명은 나가라구 그런댜."

"아이구, 그래두 하라는 디로 해야지유. 여기 미국법이 그런가부쥬.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그랬쟎유. '4 here, 2 go'라는데 별 수 있슈?"

칠득이 아버지는 두 명이 나가야 된단 생각보다 자신이 마침내 이 어려운 영어를 알아듣고 젠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뻐 싱글벙글이었다.


그는 너무 뿌듯한 나머지 기꺼이 본인이 나가겠다고 자원하기까지 했다.

"그럼 병수 아부지하고 지가 젤루 어리니까 우리가 나가 되겄네유. 이거 참, 미국 오기 전에 미국 에티켓 좀 공부하고 왔어야 하는디. 할 수 없지요. 그래도 제가 있응께 문제가 로코롬 잘 해결된 것이 다행이지유. 병수 아부지, 음식 나오면 우리 둘은 나갑시다."


단지 나이가 어려 곧 나가야 된 처지가 된 병수 아버지는 억울한 마음에 입술이 튀어나왔고, 나머지 네 명은 자신들이 안 나가도 된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 불편했다. 괜히 애꿎은 가방 손잡이만 잡았다 놨다 하면길 잃은 아이들처럼 서로 불안한 눈빛을 교환했다. 

이들의 속도 모르고 자신의 영어실력에 잔뜩 취싱글벙글대며 개선장군처럼 가슴을 쫘악 펴는 칠득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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