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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Feb 24. 2024

칠득이네 마을주민 미국여행기 1

충남 연기군 부강면 주민들이 뭉쳤다!



칠득이네 마을 주민 육 총사는 모두 흥분 반, 걱정 반으로 초저녁부터 마을 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내가 챙기라고 한 것들 다 잘 챙겼지? 여권 없으면 출발도 못하니께 꼭 챙. 다른 준비물도 오늘 밤 한 번 더 확인들 하구 주무. 내일은 비행기 시간 맞춰 싸게 싸게 출발해야 하니."


이번 여행 총책임자는 칠득이 아버지다. 그가 대표가 된 것은 아무래도 제일 젊고 가방끈도 남들보다 길기에 누가 봐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또 결정적으로 칠득이 아버지가 주선해서 이번에 미국에 살고 있는 칠득이 사촌이 가이드를 해 주기로 했으니.


"칠득이 아부지~ 그런데 미국에 가면 우린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데 거기서 국제미아되는 거 아닌가 모르겄슈. 하하~" 병수 아버지가 농담을 건넸지만 진짜 걱정이 되는지 그의 어색한 웃음소리엔 긴장감이 묻어났다.

"에구~ 걱정마시랑께유. 제 사촌이 공항에 나오기로 했슈. 갸가 우리들 여기저기 다 데리고 다니며 미국 구경시켜준다고 했응께 걱정일랑 붙들어 매슈." 확신에 찬 목소리에 병수 아버지는 한시름 놓았는지 잔뜩 움츠리고 위로 올렸던 어깨를 내리고 안도의 한숨을 가볍게 내뱉었다.

"아따~ 광식이 아부지도 걱정이 뭔 걱정이라요. 칠득이 아부지가 이래 봬도 대학물 좀 먹었쟎우. 칠득이 아부지 영어 잘한당께. 그치유? 칠득이 아부지?"

"아~ 그럼요. 제가 한 영어 하지요. 걱정들 하지 마셔유. 무슨 일 생기면야 제가 알아서 다 할 수 있응께. Don't worry! Be happy! 하하. 어떠유? 잘하지유?"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는 바람에 칠득이 아버지 목울대가 시원스레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빠르게 반복했다. 이를 여섯 쌍의 눈이 따랐다.  

"영어를 이만치로 잘하는디. 걱정은 안 해도 되겄구먼." 제일 연장자인 동주 아버지 말에 모두들 칠득이 아버지를 존경하는 눈으로 부러운 듯이 올려다 봤다.


충남 연기군 부강면 주민들은 다들 친했다. 시골 생활이 대부분 그랬듯이 옆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았다.

마을엔 젊은이들이 없었다. 다른 시골 마을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았다.  

그러기에 더더욱 한 집에 사는 형제들처럼 모든 일을 같이 하곤 했던 이 마을 남성들에겐 진작부터 꿈이 있었다. 그건 모두 칠득이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꿈이었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나온 칠득이 아버지가 모두에게 바람을 넣은 것이다. 그가 비록 2년제 대학을 나오긴 했지만 그 마을 주민들에게 칠득이 아버지는 매우 똑똑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도시에서 머무르지 않고 부강면으로 돌아와 준 것에 마을 사람들은 고마움을 느끼며 그를 사랑하고 따랐다. 그는 이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그런데 그가 걸핏하면 미국타령을 했던 것이다.


일단 한 때라도 마을을 잠시나마 떠나봤던 칠득이 아버지 대학시절 소원은 미국여행이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꿈을 이루지 못했던 그가 걸핏하면 언젠가 미국으로 훅 떠나버리겠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불안했다. 칠득이 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었는데 어딜 간단 말인가. 그리고 하도 미국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미국여행이 어느새 모두의 선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어느 날 그 마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그럼 자신들이랑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꺼내면서 장기계획이 세워졌다. 이들은 10년 동안 매달 돈을 모았다.


그리고 드디어 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바로 내일!


그런데 과연 이 촌사람들이 미국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까?

일은 벌써 틀어지기 시작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 <칠득이네 마을주민 미국여행기 2>로 이어집니다. 칠득이네 마을주민 미국여행기  마을주민 미국여행기  마을주민 미국여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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