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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Apr 25. 2024

무무와 함께 - myth

유사과학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넌 두뇌의 몇 % 까지 사용하고 사는 거 같아?

무무: 응?

나: 오늘 학교에서 과학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우리는 두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고 살고 있데.

무무: 그건 사실이 아닌데~

나: 사실이 아니라고? 그럴 리가. 과학선생님 말씀인데. 그리고 우리가 두뇌를 풀가동하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선생님이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셨거든. '루시'라는 영화였는데 와우! 정말 어마무시하던데. 그 여자가 총 쏘는 사람들을 두뇌의 힘으로 막 날려버리니까 아무도 이 여자의 앞길을 막을 수 없더라고.

무무: 그건 공상과학 영화야.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나: 에이, 그건 우리가 아직 우리 두뇌를 100% 사용 못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 아냐? 만약에 90%를 더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의 것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무무: 과연 우리가 두뇌의 10%만 사용하고 있을까?

나: 선생님이 그렇다잖아.

무무: 만약 우리 뇌의 10% 밖에 사용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용하고 있지 않는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뇌 부분을 다치면 아무 문제가 없겠네?

나: 응? 어~ 그래야 말이 되겠네. 어차피 사용하지 않는 뇌 부분이니까?

무무: 그런데 실제로 뇌를 다쳤을 때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를 봤니?

나: 아니. 에이~ 뇌를 다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지.

무무: 그렇지. 실제로 뇌의 작은 부위에 미세한 손상을 입더라도 심각한 장애를 얻는다고.

나: 어~ 그러네? 듣고 보니 뭔가 이상하네. 만약 사용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은 다쳐도 우리가 멀쩡해야 하는 건데 그런 일은 없네. 그렇다면 뇌의 모든 부분이 사용되고 있단 말인가? 아이 참~. 그럼 어쩌다 우리가 잘못 알게 된 거지?

무무: 전에 한 뇌과학자가 뇌연구를 하면서 우리가 밝혀낸 뇌영역은 겨우 10%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아직도 정확한 기능을 다 몰라 베일에 쌓여있다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어. 그런데 이 말이 와전된 거지. 뇌기능 중 우리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10%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뇌를 10%만 사용하고 있다는 말로 잘못 인용된 거지.

니: 뭐라고? 그럼 큰일인데!

무무: 큰 일? 왜?

나: 난, 총명탕만 믿고 있었는데. 엄마가 총명탕을 지어오셨거든. 그거 먹으면 선생님 말대로 안 사용하고 있던 90%의 뇌가 작동하는 줄 알았는데. 엄마가 그거 먹으면 머리가 좋아져서 시험도 더 잘 볼 거라고 하셨거든. 그래서......

무무: 그래서?

나: 그 말만 믿고 공부를 안 하고 있었지.

무무: 뭐?

나: 에구~ 이번 주말에 영화 보고 게임하긴 글렀네. 망했다. 밀린 거까지 다 해야겠네.

무무:...


주말에 못 놀고 시험공부만 해야 된단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려고 한다. 그래도 무무랑 이런 이야기를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총명탕만 믿고 대충 공부할 뻔했으니 무무는 나의 은인.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잘못된 사실을 진실처럼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거짓정보들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걸까?

내일 과학쌤에게 무무가 한 이야기를 말해야겠다. 아마 깜짝 놀라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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