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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Apr 26. 2024

무무와 함께 - 평등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우리 체육 선생님 정말 불공평해.

무무: 왜?

나: 오늘 체육시간에 글쎄 여학생들은 윗몸 말아 올리기 20개면 합격인데 남학생들은 30개 해야 한다잖아. 이게 말이 되냐고. 이거 남녀차별이라고. 너무 불공평해!

무무: 불공평하다고?

나: 당연하지. 요즘같이 평등한 시대에 이거 역차별 아니냐고.

무무: 평등이란 게 뭐라고 생각해?

나: 그야, 똑같이 대우하는 거지. 차별 없이

무무: 차이가 있는데 똑같이 조건을 거는 것이 과연 평등일까?

나: 뭔 소리야. 당연히 공평하게 똑같은 조건을 줘야지.

무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잘 알고 있지? 거기서 왜 달리기로 경주를 했는지 이상하단 생각 안 해봤어?

나: 어? 어~ 그러네. 달리기는 토끼에게 유리한 건데. 듣고 보니 그거 참 불공평한 게임이네.

무무: 만약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으로 경주를 했다면?

나: 하하~ 그거 재미있네. 만약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으로 경기를 했다면 그야 뭐 뻔한 스토리 아니겠어? 해보기도 전에 게임 오버지. 토끼가 수영을 해야 한다고? 하하. 생각만 해도 웃기다.

무무: 그럼 윗몸 말아 올리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

나:?...


생각해 보라니까 생각은 해 보겠다.

가만, 그런데 이거 좀 헷갈리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난 몸이 다른 아이에 비해서 작으니까 덩치 큰 애들에게 윗몸 말아 일으키기를 더 많이 하라고 해야 공평한 건가? 이상하네. 어떻게 해야 공평한 거지? 다 똑같은 조건을 주는 게 반드시 공평하지 않다는 건 알겠는데, 모든 사람이 능력과 조건이 다 다른데... 그럼 똑같은 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불공평한 거 아닌가? 뭐지?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간 경우의 수가 엄청 많이 생기겠는데?

에이~ 뭐야. 무무는 질문만 던져놓고 답을 안 하고 갔네.

내일 만나면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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