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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May 08. 2024

무무와 함께 -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무무: 응? 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나: 넌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해?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해?

무무: 응, 당연하지. 나에게 넌 잘 생겼고 똑똑한 친구지. 그런데 왜 갑자기? 오늘 무슨 일 있었니?

나: 응. 쌤이 수업 시간에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셨거든.

무무: 응, 그런데?

나: 그런데 내 짝꿍이 쉬는 시간에 바로 나에게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게 말하라면서 자기가 못 생겼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거짓말하지 말라는 쌤 말씀도 있고 해서 솔직하게 말해줬지. 그랬더니 걔가 마구 화를 내면서 "그러는 너는 잘난 줄 아냐? 너도 민만치 않게 못생겼거든!" 이러잖아.

무무: 아, 저런 그랬구나.

나: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쌤이 그러셨는데. 그런데 이거 정직하게 말했다가 지금 친구가 원수가 되게 생겼다고. 이건 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무무: 거짓말이 항상 나쁜 걸까?

나: 쌤이 거짓말은 나쁘다고 하셨어.

무무: 너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들이 나치에 의해 거의 몰살당하다시피 한 거 들어봤지? 그때 유대인들을 숨겨줬던 사람들이 있었거든. 독일병사들이 집 수색을 했을 때 정직해야 한다는 관념에 충실해서 유대인들이 숨어있는 장소를 사실대로 말해줬다면 우리는 그들을 정직했다고 칭찬해야 할까?

나: 에이, 어떻게 그걸 정직하다고 칭찬해.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거짓말을 해야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데.

무무:...

나:... 무무?

무무: 응?

나: 혹시... 아까 내가 잘생기고 똑똑하다고 했던 말 거짓말 아니야?


농담처럼 끝낸 대화였지만 거짓말에 대해 이젠 더 이상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 같았다. 정직한 것이 사람을 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내 작은 머리를 마구 헤짚어 놓고 있다. 거짓말보다 사람의 생명이 더 중요한 것은 명백한데 선의의 거짓말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 걸까?  내일 쌤한테 물어봐야겠다. 어떤 사람이 유대인을 숨겨 주고 있다면 독일이 왔을 때 거짓말 하는 것이 괜찮은 일인지. 아니, 친구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거짓말은 해도 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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