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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May 16. 2024

무무와 함께 - 평가

학교교육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난 정말 속상해

무무: 왜 무슨 일이 있었니?

나: 오늘 음악시간에 노래 부르기로 실기시험을 치렀는데 박자도 안 맞고 음정도 안 맞는다고 10점 만점에 6점밖에 못 받았어. 애들이 내 노래 들으며 웃음을 참느라고 애쓰는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그려진단 말이야. 너무 자존심 상해.

무무: 모든 사람들이 다 노래를 잘할 수는 없는 거지. 넌 운동을 잘하잖아.

나: 운동을 잘하면 뭐 해? 선수가 될 정도의 실력도 없는 걸. 공부도 별로고 노래도 못하고.. 이러다 나 좋은 대학 못 가는 거 아냐?

무무: 대학교육이 꼭 필요하다고도 볼 수 없지.

나: 무슨 소리야? 난 대학에 꼭 갈 거라고. 그러려면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해야 하는데...

무무: 학교교육이 시험성적만으로 등수를 매기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봐.

나: 뭐?

무무: 산속에 온갖 동물들이 모여서 운동회를 연다고 생각해 봐. 그런데 기준이 새에게 유리하게 맞춰 있다면? 하늘 위를 누가 더 높이 나느냐로 1등을 뽑는다면 당연히 새가 이기겠지. 나무를 타고 꼭대기까지 빠르게 도착하는 것으로 1등을 뽑는다면 다람쥐가 이길 테고.

나: 그렇지. 그러면 한 가지 시합만 하지 말고 이거 저거 경기를 다양하게 만들면 되겠네. 그럼 모두 자기가 잘하는 거에서 상을 탈 수 있겠는걸?

무무: 그렇지. 바로 그게 내가 말하고 싶은 거야.


잠깐.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난 내가 좋아하고 그나마 잘하는 운동에 집중하면 된다는 말인가? 학교시험 잘 봐야 대학 가는데...

이거 무무말 듣고 내가 잘하는 걸 찾다가 인생 폭 망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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