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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Jun 08. 2024

무무와 함께 - 고통과 성장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이 세상에는 왜 고통이 존재하는 걸까?

무무: 와우~ 그런 철학적인 질문을 하다니. 놀랍군. 무슨 일 있었니?

나: 응. 우리 반 친구가 너무 안 됐어.

무무: 왜?

나: 걔 부모님이 둘 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할머니랑 살고 있었는데 이번에 할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네. 이제 친구가 할머니까지 돌봐드려야 하니 큰일이야.

무무: 저런...

나: 내 친구가 이 상황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왜 친구에게 안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는 걸까?

무무: 친구가 이번 일로 인해서 더 성장하길 바라야지.

나: 성장? 안 좋은 일이 있는데 무슨 성장이야?

무무: 나뭇가지가 많이 흔들릴수록 나무뿌리는 더 깊어지는 법이지.

나: 나무뿌리가 더 깊어진다고?

무무: 뿌리가 얕으면 강한 비바람이 칠 때 통째로 뽑힐 수도 있거든. 쓰러지지 않으려면 뿌리가 단단하게 땅에 박혀있어야 해.

나: 그래? 그럼 친구에게 이번 일이 좋은 일일까?

무무: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기회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는 있겠지.

나: 내가 친구 같은 입장이 되어야 한다면 난 정말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성장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 이건 내가 원해서 하는 성장이 아니라 억지로 하는 성장이아.

무무: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을 당할 때 선택을 할 수 있어. 그냥 좌절해 버릴지, 아님 그 일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지 선택할 수 있지.

나: 선택이라고? 애초에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 싫을 것 같아.

무무:...


무무가 더 이상 말이 없어서 더 묻진 못했지만 갑자기 세상 살아가는 것이 무겁게 느껴졌다. 왜 이 세상에는 고통이 존재할까? 그게 꼭 필요해서 창조주가 우리에게 허락한 것일까? 난 성장이니 뭐니 안 해도 좋으니 그냥 하게 살고 싶은데, 그 성장이라는 것을 꼭 해야 하는 걸까? 그래야, 뿌리가 단단해지니까?

너무 어려운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고 무거워진 나는 무무에게 살짝 기댔다. 아, 이 포근함. 무무에게 이렇게 기대 있으니 갑자기 행복이란 것도 고통이란 것도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금 이 평안함을 주는 무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난 두 팔로 무무를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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