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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Jun 16. 2024

무무와 함께 - 우정과 소유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나 우리 반에 좋아하는 애가 생겼는데 그 아이 때문에 매일 감정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

무무: 그래? 많이 좋아하는 가 보구나.

나: 응, 오늘은 그 아이 때문에 너무 화가 났어.

무무: 왜? 무슨 일인데?

나: 점심 급식 먹을 때 걔가 나 말고 다른 아이랑 같이 밥 먹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무무: 그럴 수도 있지.

나: 안돼! 안 된다고. 단짝인 나랑 항상 붙어 다녀야지. 어떻게 다른 애랑 점심을 먹냐고!

무무: 음, 네가 그 친구를 소유하려고 하는구나. 어? 저기 꽃이 예쁘게 피어있네.

나: 아, 정말. 예쁘다. 이거 꺾어서 집에 가져가야겠다.

무무: 그러지 않는 게 좋겠어. 꽃을 꺾는 순간 그 꽃은 오래 못 가. 더구나, 여기에 그대로 놔두면 많은 사람이 보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데 네가 너 혼자 보겠다고 꺾어간다면 그 꽃은 곧 죽을 거야.

나: 그런가? 그래도 예쁜 이 꽃을 매일 보고 싶은데...

무무: 꽃을 소유하려고 꺾는다면 그건 너를 위한 욕심이지 네가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할 순 없지.

나: 사랑?

무무: 그래. 우정이라는 것도 친구가 좋아할 게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한데 소유하려 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는 것이지.

나: 소유하려고 하기에 고통이라...

무무: 네가 좋아하는 그 친구를 너에게만 묶어놓으려고 할 때 그 친구는 자유를 못 느끼고 답답해하지 않을까?

나: 아, 그런가?


인간관계는 왜 이리 복잡하지? 무무가 꽃으로 이야기해 주니 좀 쉽게 이해되는 것 같긴 한데... 그래, 나 좋자고 꽃을 꺾으면 안 되듯이 나 좋자고 내 단짝이 다른 친구와 점심 먹는 것에 토라지면 안 되겠지? 내 친구가 내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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