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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Jun 18. 2024

무무와 함께 - 동생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넌 동생 없어서 좋겠다.

무무: 동생이 있는 게 좋은 거지.

나: 모르는 소리 하지 말. 나, 동생 때문에 얼마나 골치가 아픈데. 내 공책에 크레파스로 그림 그려놓고, 자꾸 놀아달라고 쫓아다니고, 음식 먹을 때도 질질 흘리면서 먹어서 도와줘야 한다고.

무무: 동생이 네 살이라고 그랬지? 한참 귀여울 때네.

나: 귀엽긴 뭐가 귀여워? 얼마나 말썽꾸러기인데. 떼 부리고 이 녀석이 울면 엄마는 항상 나만 혼낸다고. 형이 잘 돌봐줘야 한다면서. 아유, 지겨워 죽겠어.

무무: 그래, 그런 면도 있겠지. 그런데 귀엽고 사랑스러울 때도 있지 않나?

나: 응, 있긴 하지. 사실, 어제도 동생 때문에 웃겨 죽는 줄 알았어.

무무: 왜?

나: 글쎄, TV에서 가수가 나와서 춤추는 걸 보고 자기도 따라 한다고 엉덩이를 씰룩씰룩하는 게 어찌나 웃기던지. 엄마, 아빠, 나 모두 너무 웃겨서 데굴데굴 굴렀지. 하하. 지금 생각해도 또 웃기네.

무무: 잠언에 나오는 말이 생각나네. "소가 없으면 구유가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

나: 응? 소? 뭐야? 그럼 우리 동생이 소라고? 우헤헤. 그러네. 동생이 없으면 동생 때문에 짜증 나는 일도 없겠지만, 어제처럼 웃을 일도 줄어들겠네.

무무: 그래도 소가 있는 게 좋겠지? 구유를 깨끗하게 하려고 소를 없애는 것보다는.

나: 에이, 그걸 말이라고 해? 난 동생이 없으면 못 산다고. 내 동생이 얼마나 귀여운데.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무무가 소 이야기를 한 것이 너무나 우습다. 자꾸만 동생이 '음메~'거리는 아기소로 머릿곳에 그려지니까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빨리 가서 웃음 덩어리 동생을 보고 싶다. 오늘은 동생을 꼭 끌어안고 볼에 뽀뽀를 해 줘야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줘야겠다. "우리 이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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