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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Jun 04. 2024

무무와 함께 - 모방은 진실이 아니다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 난 수학이 싫어. 외워야 할 공식이 너무 많아.

무무: 음... 수학은 원리를 이해하면서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나: 원리? 우리 학원 선생님은 그냥 공식을 무조건 외워서 똑같은 유형의 문제를 많이 풀어보라고 하시던데?

무무: 이해 없이 공식만 외워서 기계적으로 문제를 푼다면 나중에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서 풀 수 있을까?

나: 굳이 원리를 따져서 깊이 생각해야 해?

무무: 모방은 진실이 아니니까.

나: 응? 모방은 진실이 아니라고?

무무: 이야기 하나 해줄까?

나: 좋지, 재미있는 이야기야?

무무: 응. 태평양의 고립된 섬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 이야기야. 이 사람들이 2차 대전 때 하늘을 막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어. 이 사람들에게 비행기는 마법이고 기적이었지. 비행기에서 구호물자와 먹을 것이 떨어지는 것을 본 이들은 항상 이 날아다니는 새가 무엇인가 떨어뜨려주기를 기다렸지. 그런데 2차 대전이 끝나고 더 이상 항공기가 태평양 섬 위를 날지 않았어. 뭔가 새로운 것을 원했던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이 큰 새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자신들이 본 것과 비슷하게 날아다니는 새 모양을 만들었지.

나: 아, 비행기 보고 날아다니는 큰 새래~ 크크.

무무: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본 비행기와 비슷한 모양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

나: 하하. 겉모양만 비슷하면 뭐 해? 제대로 만들어야 비행기가 뜨지.

무무: 맞아. 날 수가 없었겠지. 그 섬사람들은 왜 자신들이 만든 새가 날지 못하는지 두고두고 의아해했단 이야기야.

나: 당연히 못날지. 겉모습만 똑같이 만든다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무무: 그렇지. 비행기가 나는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정확히 만들어야 하늘을 나는 진짜 비행기라고 할 수 있겠지.

나:...


아, 무무는 오늘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척하며 내 이야기를 했구나. 무무는 선수다! 하지만 무무말이 맞는 것 같다. 기계적으로 공식만 외우면 안 될 것 같다. 내일 학원에 가면 수학쌤에게 공식이 나오는 원리를 알려달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혹시 나 혼나는 거 아냐? 시간도 없는데 그냥 닥치고 외우라고 하시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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