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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May 28. 2024

무무와 함께 - 수주대토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나 오늘 학교에서 쪽지시험 봤는데 10문제 다 맞혀서 100점 맞았어.

무무: 와우, 축하해! 그 시험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나 보구나.

나: 아니, 전혀!

무무: 응? 그런데 어떻게 100점 받았어? 문제가 쉬웠니?

나: 아니? 그렇게 쉽진 않았어. 나하고 반장하고 공부 잘하는 애 하고 3명만 100점 받았으니까 그렇게 쉬다고는 할 수 없지.

무무: 그래?

나: 무무야, 내가 100점 받은 비밀을 알려줄까?

무무: 비밀?

나: 응, 이번에 다 공부하기 귀찮아서 저번에 선생님이 나눠준 한 장짜리 학습지만 공부했거든. 그런데 이번에 선생님이 거기에서 그대로 다 낸 거 있지?

무무: 아, 그랬구나. 물론 공부 안 한 것보다는 잘했지만, 그렇게 요령을 피우면서 공부하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지도 몰라.

나: 에이, 무슨 소리야. 이번에 해보니까 프린트해 준 한 장만 공부하면 100점 나오는데, 뭘~

무무:... 내가 옛날이야기 하나 해줄까?

나: 이야기? 오, 좋지.

무무: 송나라 때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토끼 한 마리가 쏜살같이 뛰어 오더니 나무에 꽝 부딪혀서 죽었데. 농부는 생각했지. '아침 일찍부터 힘 하나 안 들이고 통통하게 살이 찐 먹음직한 토끼를 한 마리 얻을 수 있으니 이제부턴 밭에서 고생 안 해도 되겠군!"

나: 오 개이득이네! 그 토끼는 왜 나무에 와서 박은 거야? 웃기는 토끼네.

무무: 이날부터 그 농부는 호미를 내던지고 다시는 밭에 나가 일하지 않았데.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한결같이 나무아래에서 기다렸네. 전에처럼 토끼가 또 달려와서 나무에 부딪히기를 기다리면서.

나: 하하, 그 농부 웃기네.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무무:...


정말 대책 없고 어리석은 농부가 웃겨서 막 웃었는데, 어째 계속 웃을 수가 없다. 무무가 왜 갑자기 토끼와 농부 이야기를 했는지 갑자기 이해가 되면서 내 얼굴로 빨간 숯불 열기가 올라왔다. 더는 이야기 속의 농부를 비웃을 수 없게 된 나는 얼굴을 돌려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 노을 참 예쁘다!"

무무는 내 얼굴이 더 빨간지 노을이 더 빨간지 굳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수주대토(守株待兎):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힘을 들이지 않고 요행으로 일이 성취되기를 바라거나 어떤 착각에 빠져 되지도 않을 일을 공연히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 우리 속담의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 기다린다'와 비슷하나, 수주대토는 단순히 요행수를 바라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좁은 식견만 믿고 아둔하게 구는 경우를 뜻하는 때도 가끔 있다.        

-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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