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은 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 퀸 May 25. 2024

개미

개미는 사회적 곤충이다. 길을 찾을 때 개미가 최단 경로를 찾는 데 사용하는 전략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앞서간 동료개미의 흔적을 쫓아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친구가 간 길을 따라갈 뿐 아니라 주변을 돌아다니며 탐색하는 방법이다. 개미가 탐색하는 전은 버리고 앞의 개미를 따라가는 편한 습성에만 매몰될 때 개미사회는 어떻게 될까?


*   *   *


미미: 아, 저 이글거리는 태양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도대체 얼마나 더 오래 걸어야 하는 거야? 난 이제 더 이상 못 움직이겠어.

톡톡: 이렇게 오랫동안 땡볕아래서 걷고 있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니?

미미: 그렇긴 해. 보통 때라면 벌써 먹이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갔지.

톡톡: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 우리 무작정 앞의 개미들을 따라갈게 아니라 저쪽으로 한번 가볼까?

미미: 그러다가 길을 잃으면 어쩌려고?

톡톡: 사실은 좀 이상해서 내가 유심히 주변을 보면서 걸었는데 아까 본 장소로 똑같이 되돌아온 느낌이 들어.

미미: 설마. 그럼 우리 부모님에게 물어보자. 저기 앞에서 걷고 계시잖아.

톡톡: 그래, 그러면 나도 한번 엄마, 아빠에게 물어볼게.


미미: 그냥 어른들이 하는 대로 따라오라는데?

톡톡: 나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어. 난 또 말 안 듣고 엉뚱한 소리 한다고 혼났기까지 했어.

미미: 그럼 그냥, 좀 더 따라가야지.

톡톡: 아니야, 이러다 모두 탈진해 죽겠어. 주위를 둘러봐. 다들 지쳐서 속도가 느려지고 있잖아.

미미: 그렇긴 하지만...

톡톡: 미미야, 나와 함께 저기 저쪽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보자.

미미: 글쎄.

톡톡: 목마르고 지쳤다며. 저기 나무가 있는 곳은 시원하고 물이 있을지도 몰라.

미미: 하지만 다들 함께 가는 거면 몰라도. 나 혼자는 무서워.

톡톡: 나랑 같이 가면 되잖아.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새 길을 찾아서 모두에게 알려 주자.

미미: 난... 난 아무래도 안 되겠어. 다른 길로 가 볼 힘도 없고 엄마, 아빠랑 헤어지기도 싫어.

톡톡: 우리가 계속 같은 곳을 돌고 있다고 말해도 어른들은 들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모두설득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러다가 다들 쓰러지고 말겠어.

미미: 난 잘 모르겠어. 여태까지 우린 앞 선 개미들을 믿고 따라왔고 항상 길을 찾아왔잖아. 난, 경험 있는 개미들을 따르는 게 맞다고 봐.

톡톡: 아, 정 그렀다면 나라도 혼자 길을 찾아봐야겠어. 그리고 길을 찾으면 다시 돌아올게.

미미: 톡톡아, 조심해.


*   *   *


톡톡: 찾았어! 찾았다고!

미미: 약속대로 돌아왔구나. 길도 물도 찾은 거야?

톡톡: 집에로 가는 길을 찾았어. 미미 가자. 나를 따라와.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가고 있는 길은 바른 길이 아닙니다. 제가 길을 찾았으니 저를 따라오세요.

개미무리들: 어? 저 녀석 평소에도 엉뚱한 소리나 하는 장난꾸러기 톡톡이 아냐?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 녀석 때문에 우리 무리에 혼란을 줄 순 없으니 저 녀석을 조용히 시킵시다.

톡톡: 이건 장난이 아니에요. 여러분을 보세요. 지금 계속 같은 길을 뱅뱅 돌고 있다고요. 저를 따라오세요. 제발요.

톡톡이 부모님: 톡톡아, 네가 개미군단의 장로들보다, 스승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이야기하는 게냐? 어른들에게 불순종하겠다는 말이냐? 어서 대열로 들어와 입 다물고 조용히 모두를 따르거라.

톡톡: 이러다 다 죽을 거라고요. 제가 새로운 길을 발견했으니 절 따라오셔야 산다고요. 엄마, 아빠. 저와 함께 가요. 절 따라오실 분 안 계신가요? 음식과 그늘이 있는 곳, 우리들 집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니까요?

미미: 톡톡아, 네가 어리다고 아무도 네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같아.

톡톡: 그럼 우선 우리가 먼저 가자. 그리고 음식과 우리 굴에 있는 식량을 조금 가져와서 보여주면 모두들 우리말을 믿고 우리를 따라올 거야.

미미: 그래 그러자. 난 너를 따르겠어.

톡톡: 서두르자. 갈 길이 멀어.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와야 할 텐데...


*   *   *


* <내셔널 지오그래피>에 사진이 한 장 올라온다. 아프리카에서 찍힌 이 사진에는 수많은 개미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죽어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앞의 개미를 쫓아가는 습성에 따라 둘레 300m 정도의 커다란 선을 그리며 계속 앞의 개미를 따라가다가 결국엔 먹이를 찾지 못해 모두 죽은 듯하다는 설명과 함께.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 거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