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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Jun 13. 2024

양계장에 갇힌 아이들

이상한 꿈을 꾸었다.


빽빽한 양계장에 칸칸이 갇힌 아이들


그들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좁디좁은 공간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 듯했다. 학생들이 원래부터 그랬는지 점점 그렇게 변해간 건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몸은 닭인데 얼굴은 사람이었다. 직원들인 것 같은 빼빼 마른 사람들은 1시간마다 교대로 돌아다니며 철장 사이로 학생들 입안에 무엇인가 넣어주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어떤 이들은 숫자를 먹이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글자를 주고 있었다. 학생들은 기계적으로 입을 벌리고 양계장 직원들이 넣어주는 것을 씹지도 않고 그냥 목구멍 아래로 꿀떡꿀떡 넘기는 것 같았다. 가끔 직원들이 쉴 때는 건물 전체에 새소리와 물소리가 들어간 음악이 잔잔하게 울려 퍼지며 알을 낳을 때 닭이 내는 특유의 '꼬끼오'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계장 안 노란 조명은 24시간 꺼지지 않고 가끔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학생들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다 가끔 몇몇 학생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는데 그럴 때면 그들 두 다리 사이로 알이 떼구르 굴러 나왔다. 똑같이 생긴 알들이 여기저기서 수시로 굴러 나와 움푹 파인 홈, 지푸라기 위에 도달했다. 직원 중 한 명은 수시로 큰 바구니에 알들을 옮겨 담아 양계장에 붙어 있는 큰 창고로 가지고 들어갔다. 똑같은 문자와 숫자를 먹어서 그런지 학생들이 낳은 알들은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모두 똑같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은 양계장 한편에 좀 특이하게 생긴 닭 열 마리를 번쩍번쩍하는 케이지와 함께 들여왔다. 윤기 나는 깃털과 통통한 몸을 가진 닭들은 열쌍둥이처럼 모두 똑같아 보였다. 기계같이 매끈한 얼굴을 가진 열 마리 닭들은 케이지 위쪽에서 시간마다 자동으로 나오는 숫자와 글씨형태를 마치 씽크로나이즈 수영선수들처럼 동시에 먹었다. 자동화된 먹이시스템 덕분에 직원들이 슈퍼닭들을 위해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슈퍼닭들은 학생들보다 더 자주 먹었고 그래서 그런지 더 많은 알을 규칙적으로 낳았다. 동시에 나온 알들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벨트를 타고 옆에 붙은 기계에서 자동으로 열 개씩 포장이 되어서 나왔다. 직원들이 하는 일은 판매될 수 있는 상태로 완성된 계란박스를 옮기는 게 다였다.    


한 달쯤 지나자 자동 은케이지가 더 들어오고 서른 마리의 똑같은 닭들이 양계장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기존에 있던 닭장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은케이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낡은 케이지와 함께 학생들도 사라졌다. 어디로 사라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학생들이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먹이를 주고 일일이 하나하나 알을 모아 담던 그 많던 직원들도 점점 자취를 감춰 이젠 몇 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양계장은 그 어느 때보다 깨끗했고, 그 어느 때보다 알을 많이 만들어냈고,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그리고 주인은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해졌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그런데 그 많던 평범한 학생닭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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