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1: 3월에 우리 회사가 베트남에도 공장을 오픈한다고 하더군. CEO가 바뀌고 나서부터 회사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역시 CEO란 자리가 중요한 것 같지?
사람 2: 그러게 말이야. 저번 CEO는 감정처리를 잘 못해서 구설수에 올랐잖은가. 그런데 이번 CEO는 전혀 그럴 염려가 없으니.
사람 3: 그렇지. 그리고 이번 CEO는 어찌나 머리가 좋은지 신기술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소식들을 금방 다 알아내지 않나.
사람 1: 역시 빠르게 소식을 접하니 발 빠르게 세계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것 같아. 벌써 베트남이 열 번째 국가니까 이 속도로 가다 보면 오 년이면 전 세계 대부분 나라엔 모두 우리 회사 공장이 들어서겠는걸.
사람 2: 역시 사람을 부리려면 똑똑해야...
사람 1: 똑똑하다 뿐인가. 저번 CEO는 회사돈을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아서 감사 때 걸렸잖은가.
사람 2: 이번 CEO는 그럴 염려는 전혀 없지. 뇌물을 받을 리도 없고 줄리도 없으니 투명성 하나만은 100% 개런티네 그려. 하하.
사람 1: 그렇지. 그렇다고 술집에 가길 하겠나, 아니면 소리를 지르거나 갑질을 하겠나. 이런 거? 안 하지. 아니 불가능하지.
사람 3: 갑질을 안 한다고? 그런데 이번에 부서를 옮기라고 하는 게 갑질 아닐까? 자네 이번에 부서를 옮긴다면서? 어떻게 된 거야? 자네가 지원했나?
사람 2: 지원은 무슨? CEO가 딱 보고 내가 여기보다는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게 더 맞다고 본거지.
사람 3: 자넨 불만 없나? 그거 갑질 아닌가?
사람 2: 불만? 갑질? 이보게, 이게 뭐 갑질인가. 옮기라면 옮기는 거지. CEO는 우리랑 보는 눈이 다르잖아. 그러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분석 후에 결정한 것이겠지.
사람 1: 그래도 격세지감이 느껴져. 옛날과 완전 반대가 되었으니.
사람 2: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이런 신세로 전락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사람 3: 옛날 같았으면 우리가 임원자리에 올라가서 지시해야 할 나이인데 이렇게 시키는 일만 하고 있으니.
사람 1: 그래로 CEO가 모든 것을 종합하고 정확히 측정해서 판단하는 거니까 시키는 거에 대해 마땅히 반박할 말도 없고. 뭐, 그냥 시키는 일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보이니 더 할 말 없지.
사람 2: 그래도 난 계속 시키는 일만 하니까 기계가 돼 가는 것 같아. 내가 스스로 기획하고 제안하고 추진하던 시절이 그리워. 이젠 의견조차 낼 수 없는 분위기잖아.
사람 3: 그런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지. CEO가 일처리 하는 걸 보게. 그 엄청나게 많은 일을 다 해내는 것 좀 봐. 적절한 사람들을 알맞은 부서에 잘 배치하고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시하면서 다른 회사보다 다섯 배 성장했잖아. 이 속도로 간다면 이제 곧 20~30배는 몇 년 안에 더 성장할 것 같은데. 사실 지금 CEO가 하는 일을 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거야.
사람 1: 이제 다른 회사들도 우리처럼 CEO를 바꾸려 하지 않을까? 초반엔 우려들도 있었지만 이제 검증 끝났다고 봐야지.
사람 2: 어, 그렇게 된다면... 이거 흥미롭겠는걸? 지금은 우리 CEO와 경쟁할 사람이 없지만, 만약 다른 회사들도 우리처럼 AI를 CEO 자리에 앉힌다면 우리 회사가 지금처럼 승승장구하진 못할 수도 있단 이야기잖아.
사람 3: 그러네. 모든 회사의 CEO를 AI로 대체한다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AI들끼리의 전쟁이 되는 건가?
사람 2: 허~ 거참! 이거 이러다가 우리 자리까지 모두 AI 로봇으로 대체되는 거 아냐?
사람 1: 지금은 성능 좋은 AI 로봇이 우리 인건비보다 더 비싸니까 AI CEO가 우릴 부리고 있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우린 곧 폐기 처분되듯이 쫓겨나겠지.
사람 3: 아, 이거 어쩌다가 우리가 이런 세상에서 살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