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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Jun 26. 2024

무무와 함께 - 죽음

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 나, 어제 엄마랑 아빠랑 거실에서 TV 보다가 인간이 앞으로 120살~150살까지도 살 수 있을 거란 이야기를 들었어.

무무: 그래. 과학기술의 발달로 의학분야도 끊임없이 발전하니 가능한 일이겠지.

나: 우리 엄만 오래 살기 싫다던데?  골골대면서 오래 살면 뭐 하냐고. 몇 년씩 환자로 누워있긴 싫으시다고. 빨리 죽고 싶으시대.

무무: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 되지.

나: 어떻게? 아빠가 그러는데 나이가 들면 간이나 폐 같은 장기가 약해져서 사람이 병이 들고 아프게 된다고 하시던데?  

무무: 이제 장기 이식 기술이 좋아져서 심장, 간, 폐, 췌장 등 새로운 장기를 인간의 몸에 심을 수 있어.

나: 아, 정말? 그럼 계속 장기를 바꾸면 영원히 살겠네? 아싸~ 그럼 난 죽지 않고 계속 살 거야.

무무: 죽지 않고? 죽음이 없다면 과연 이 땅에서의 삶이 의미가 있을까?

나: 뭐? 의미?

무무: 그래. 죽음에 관한 인식이 없다면 인간의 삶은 무의미하고 목적 없이 흘러갈 것이란 견해도 있지.

나: 어... 글쎄... 사실 나에게 영원한 시간이 있다면... 지금 당장 공부 안 해도 나중에 공부할 시간 많으니까 공부 안 해도 되고... 아, 그리고 약해진 장기를 계속해서 새로운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음... 아! 건강에 안 좋다고 엄마가 먹지 말란 캔디와 환타도 맘껏 먹을 수 있단 이야기인데? 이거~ 개꿀인데?

무무: 그럼 넌 먹고 싶은 것 먹고 공부도 나중으로 미루면서 무엇을 위해 살 것 같니?

나: 무엇을 위해서? 내 인생의 목적?

무무: 응

나: 굳이 목적이 있어야 해? 그냥 즐겁게 살면 되는 거 아냐? 어차피 남은 시간은 무한정인데. 뭐 하러 골치 아프게 무엇을 위해 살까 고민해? 어차피 그런 고민은 쓸모없는 거 아냐?

무무:... 그래서 죽음이 있어야 사람들은 삶을 더 가치 있게 살려고 고민하는 거지. 이 땅에서의 삶이 짧기 때문에 살아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나: 어~ 그런가?

무무: 그렇겠지? 우리가 무엇인가를 소중히 여길 때는 그것이 무한반복되지 않고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지.

나: 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의미 없이 무한 반복되는 삶은 난 지겨워서 못 살 것 같아.


'죽음'은 항상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무무의 말을 듣고 보니 죽음이 인간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생각이 든다. 무무랑 같이 이야기하다 보니 나도 철학자가 돼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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