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평

녹턴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by 미니 퀸

글쓴이: 가즈오 이시구로


줄거리와 추천 포인트: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가 때론 애잔하고 때론 우스꽝스러우며 때론 아이러니컬하게 펼쳐진다. 베네치아의 한 곤돌라에서 한물간 크루너 가수가 아내를 위해 마지막 세레나데를 부르고 사랑하기에 헤어져야 한다는 <크루너>, 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남자가 대학교 동창 커플집에 초대되어 겪게 되는 수모를 그린 <비가 오나 해가 뜨나>, 무명의 싱어송라이터가 만나게 되는 프로뮤지션 부부의 상반된 삶의 태도를 <말번힐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표제작 이기도 한 <녹턴>에서는 외모 때문에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는 한 색소포니스트가 성형수술을 받고 <첼리스트>는 첼로의 대가라고 자처하던 미국 중년 여성과 한 청년의 만남을 통해 예술에 있어서 잠재력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는 잔잔함과 멜랑콜리다. 작품전체를 관통하는 음악은 녹턴이며 주인공들의 삶은 황혼 녘에 보이는 약간의 회색빛이 가미된 희미함이다. 하지만, 그 안에 희로애락이 있고, 운과 불운, 비범함과 평범함이 있으며, 일상과 순간의 반짝임이 있다. 이렇다 할 확실한 결론을 내지 않는 작품들에서 밋밋하지만 반짝이는 순간이, 우울하지만 절망적이진 않은 인생의 음표가 오선지 위에 그려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진 돈은 몽땅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