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1 X -2화-

기필코 잡는다.

by 이인감


최근 들어 두통이 심해졌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매일 야근에 쉬는 날도 없이 매일 출근을 한다. 이게 다 그놈 때문이다. 요즘 난리인 연쇄살인마가 있는데, 도무지 이 놈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경찰 모두가 고생 중이다.


그날도 야근을 하느라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밤 11시쯤이었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고 나는 용무를 물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장난전화인가 하는 생각에 미간이 찌그러졌다.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살려주세요…“


당황한 나는 놀란 나머지 그에게 괜찮은지 재차 물었다. 그러다 문득, 털이 곤두 솟으면서 나는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 놈이다. “


아무래도 그놈이 나한테 전화를 건 듯했다. 나는 이를 꽉 깨물고 재빠르게 출동 준비를 했는데, 남자의 겁에 질린 비명 소리가 들리며 이내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서 내려놨던 수화기를 다시 들었는데 그 순간 전화가 끊어졌다. 이후 다른 사람의 신고가 들어왔고, 현장에 간 나는 나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남자의 시체를 보게 됐다. 망치에 맞아 찌그러진 남자의 머리를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녀석의 도발에 분노했다. 대체 왜 이런 잔인한 짓을 반복하는 건지, 도대체 세상의 어떤 부분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길래 이러는 건지, 사람의 생명이 녀석에게는 왜 그리도 가벼운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고, 알 리도 없었다. 내가 장담컨대 이건 그 미친놈이 나한테 보내는 도전장이다. 전화는 자신을 잡을 수 있다면 잡아보라고 꼬리를 흔들며 약 올리는 약아빠진 행동이자 자기 자신만의 어떤 표시인 셈이다. 이 망할 새끼, 반드시 잡아서 심판을 받게 하리라.


며칠 후 나는 죽은 남자의 장례식에 조문을 하러 갔다. 나는 사진을 자세히 봤다.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그 남자는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의 같은 반 학우였다. 예전의 그는 꽤나 활발하던,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도 많았고, 공부도 잘해서 선생님들도 그를 꽤 좋아했다. 어릴 때의 모습 그대로 큰 건지는 몰라도 죽기 전 그는 유명 로펌의 변호사였고, 그 안에서도 우수사원으로 뽑힐 만큼 능력이 좋았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자리에서 엎드려 울고 있었다. 그의 사망으로 인해 그의 어머니는, 아무래도 세상을 잃은 것 같았다.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경찰로서의 책임감이 내 전신을 짓뭉개는 것 같았다. 환자의 죽음을 유가족에게 전해야 하는 의사의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견딜 수 없던 나는 다급히 조문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 식장 문을 나가는 와중에, 죽은 남자의 아버지가 누군가와 포옹하는 것을 보았다.


포옹하는 남자는 예의가 바른 듯했다. 죽은 남자와 무슨 사이인지는 몰라도 꽤 각별한 사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옹을 하고 있는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나를 향해 싱긋 웃었다. 나 역시 고개를 조금 숙이며 인사했다. 왜인지 모를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그러고는 속으로 다시금 다짐했다.


”기필코 잡는다, 이 새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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