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1 X -3화-

첫 번째 살인 -일기 1-

by 이인감

우리 집 지하실에는 내 서재가 있다. 서재를 지하실에 둔 이유는 영화에서 봤을 때 이런 구조가 은밀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뜨거운 캐모마일 차를 보온병에 담아서 지하실로 내려갔다. 공책과 플래너를 폈다. 내가 전에 써놓은 기록들을 다시 봤다. 플래너에는 내가 죽인 남자들에 대한 살인 계획들이 적혀있었다. 공책에는 내가 적어놓은 여러 아이디어, 일기가 쓰여있었다. 나는 내가 적은 일기를 한참 동안 봤다.


20XX. XX. XX. 기분: 속 안 좋음

“오늘은 첫 살인을 하는 날이다. 벌써부터 속에서 위액이 올라올 것 같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체해서 움직이기 힘들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쓰러질 거 같다. 씨발, 내가 할 수 있을까. 진짜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해야만 할까? 그 새끼를 죽일 때 누가 보면 어떡하지? 사실 알고 보니 CCTV가 있었다든가, 그 새끼가 이미 눈치를 깠다던가… 아니 말이 안 되지. 사전에 이미 철저하게 준비했어. 부정적인 생각은 버리자. 이미 오래전부터 다짐했던 거잖아. 할 수 있어. 해내야만 해. 나는 오늘 그 개새끼를 죽이러 간다. 너가 처음이다. 너가 시작이야. 이 씨발롬아.”


글에서 내가 얼마나 긴장을 했고, 또 떨렸는지 느껴졌다. 신기했다. 이젠 그런 감정 따위는 남아있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그날 새벽, 살인을 하고 집에 돌아온 후에 마저 적은 일기가 있었다(글씨가 엉망인 걸 보니 손이 많이 떨렸었나 보다).


“저질렀다. 결국 해버렸다. 해냈다. 해냈어!!!! 씨바!!! 진짜 했다고!!! 미쳤어. 이건 미친 거야. 아직도 심장이 뛰어. 아 심장은 원래 뛰지. 미치겠어. 미칠 거 같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사람을 죽였다. 그래. 맞아. 사람을 죽였어. 내가?? 내가 사람을 죽였어! 미친!!! 침착해. 뭐라는 거야. 씨발 그럼 사람을 죽였는데 침착하게 생겼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내가? 확실하게 미쳤나 보다. 제정신이 아니야.”


내가 왜 이렇게 적었지. 아무래도 정신을 놨었나 보다. 그다음 날 일기에는 좀 진정이 됐는지, 전날에 저지른 살인에 대해 적혀 있었다.


20XX. XX. XX. 기분: 차분함

“밤을 새웠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치 정신이 맑다. 뇌가 말끔해진 기분이다. 얼른 이 글을 쓰고 밥을 먹어야겠다. 밥을 먹고 나서는 씻어야지…


어제 녀석을 죽였다. 녀석이 첫 번째였다. 이 짓거리를 시작하게 된 그 모든 일들의 시발점인 녀석이었다. 그 끔찍한 기억들의 시작은 이 녀석의 사소한 장난으로 시작됐다. 그래서 나도 이 녀석을 가장 먼저 죽였다. 늘 가장 변두리로 한 발짝 물러서서는, 비웃음과 조롱에 동참하며 뒤에서 교묘하게 괴롭히던 씹새끼. 이 새끼 때문에 서서히 목이 조이기 시작했다.


이 새끼는 최근 잘 나가는 중소기업 정도의 음악엔터테인먼트 회사 직원이었다. 다른 개새끼(4번)가 인맥으로 녀석을 회사의 마케팅 직원으로 꽂아줬고, 이 새끼는 덕분에 집에서 10분 거리인 회사를 왕복하며 살고 있었다(인생 폈네?). 나는 분노를 억누르며 이 녀석의 집,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 동선, 평소 복장 등 녀석의 모든 걸 조사했고, 그렇게 일주일 동안 녀석을 죽일 가장 완벽한 타이밍을 계산했다.


그리고 어제, 나는 녀석의 집 바로 근처 골목에 숨어있다가 녀석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뒤에서 기습하여 망치로 녀석의 종아리를 후려쳤다. 그다음에는 양쪽 허벅지, 무릎, 어깨, 팔, 손을 내리치고는, 녀석이 고통과 공포에 사로잡혀서 눈물 콧물(더러운 새끼가 오줌까지 질질 싸고 있었다) 다 나오면서 살려달라고 빌 때, 그 순간에 나는 밧줄로 녀석의 목을 졸라서 죽였다. 녀석 때문에 서서히 숨이 막혔던 것처럼.


“그래 기억난다. 내가 첫 살인을 했던 과정이. 정말 많은 걸 계획하고 이미지로 그려봤었지. 많이 떨었구나. 처음 죽였을 때는 되는대로 마구 휘둘렀을 줄 알았는데, 지능적으로 못 움직이도록 계획했었구나. 고생했네, 고생했어. ” …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 내가 저지르고 있는 살인은 지금의 나에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아, 그래. 최근에 내가 죽였던 5번째, 6번째는 그때의 괴롭힘을 방관했던 놈들이었지. 죽어 마땅하군. 난 정당한 살인을 하고 있어. 그렇고 말고.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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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정당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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