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였다. 이날도 일을 마치고 태림이와 데이트를 하려던 참이었다.
아직 정확히 어디서 볼 지 정해지지 않아서 태림이에게 물어보았다.
"자기, 우리 이따가 어디서 볼까?"
"홍대 앞에서 보자, 거기서 만나는 게 좋겠어."
"홍대 앞에? 알겠어."
홍대 쪽으로 장소가 정해지고 나는 일을 마치는 대로 홍대로 넘어가기로 했다.
태림이 만날 생각에 얼른 일을 마치고 나왔다. 지하철을 타러 역으로 이동하면서 틈틈이 태림이에게 위치 공유를 하는데 어느 순간 태림이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볼 일이 있겠거니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여유롭게 지하철 타고 홍대로 이동했다.
홍대에 도착하니 주말이라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왔고 그 틈을 비집고 나와 홍대에 도착했다.
이제 태림이에게 도착했다고 연락을 하려는데 메시지를 출발할 때 보낸 연락을 아직 읽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전화를 하니 전화도 받지 않아 애가 좀 탔다. 홍대 쪽을 벗어나 찾아보려 하니 서로 엇갈릴 거 같아 자리는 뜨지 않고 문자를 남겼다.
잠시 후 태림이에게 연락이 왔다.
"오빠, 미안 휴대폰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연락 못했어. 내가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
대충 태림이에게 짧은 상황을 보고 받아 안심이 되었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휴대폰을 볼 수 없는 상황.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어디 사고라도 났나? 급박한 상황인가? 아니면 어디서 인형 뽑기를 하고 있나?
머릿속에는 별의별 상황을 유추하며 다시 태림이를 기다렸다.
그렇게 20분을 기다리고 나서 태림이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어디야? 도착했어?"
"난 아까 도착했지. 넌 어디야?"
"나 지금 뛰어가고 있어. 미안해 오빠,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난 아까 있던 곳에 계속 있어. 거기로 와"
"알겠어. 금방 갈게!"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리고 얘가 어디서 이렇게 뛰어오는 건지 의아했다.
다행인 건 태림이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진짜 사고라도 난 줄 알고 걱정을 했지만 무사히 연락이 닿으니 안도했다.
몇 분 후 태림이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다. 엄청 뛰어왔는지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나를 보자마자 미안하다며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나를 만나러 오기 전에 시간이 생겨 잠시 홍대 주변을 구경하며 걷고 있었는데 누군가 자기를 잠시 불러 세웠다고 한다.
"저기 아가씨, 얼굴에 복이 가득하네요."
"복이요? 정말요?"
"너무 복이 차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거 같네요."
"오우 너무 좋은데요?"
"내가 그 사주 공부하는데 아가씨 너무 복이 좋아 보여서 그러는데 내가 잠깐 봐줘도 되나?"
"지금요? 저 남자친구 만나러 가야 하는데."
"잠깐이면 돼. 겸사겸사 남자친구 사주도 봐줄게."
한 스님 같은 분이 말을 걸어 얘기를 나누다가 사주 봐준다는 얘기에 따라가 갔다고 한다. 이 흉흉한 세상에 모르는 사람을 따라간다고? 아주 큰일 날 소리였다.
그렇게 그분을 따라가 어느 집에 들어갔는데 자기가 생각했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어느 가정집에 절처럼 꾸민 곳이었다고 한다. 처음에 이상한 생각도 들긴 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따라온 거 사주를 제대로 보고 가야겠단 생각이라고 했는데 들으면서 너무 어처구니없고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태림이도 본인이 얘기하면서 잘못했단 걸 느끼지만 우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계속 이어갔다.
그분이랑 둘이 마주 보고 앉아서 사주 책을 펴고 태림이 사주 얘기를 했다고 한다. 얼굴에 복이 가득하며 사주에도 복이 많아 아주 좋은 팔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까 얘기한 것처럼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거라며 그 덕에 자기도 잘 살 거라고 했다.
태림이는 모든 상황이 좀 어처구니없었지만 사주가 좋다는 말에 신나 기분이 좋았으며 그분이 수시로 기도 올려준다며 전화번호도 교환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좀 많이 지나 약속시간을 넘길 거 같아 급하게 마무리하고 나왔다고 하는데 얘기를 다 듣고 나니 태림이가 걱정이 되었다.
"자기,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같이 가자고 하면 가지 말아야지. 따라가면 어떡해."
"오빠, 이렇게 무사히 왔잖아."
"그래도 그분이 자기 해코지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엄청 경계했는데 다행히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안심했어."
"이 아가씨야! 정말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으면 어떡할 뻔했어! 정말 이 팔랑귀!"
태림이가 놀라지 않게 장난치며 얘기했지만 이 상황은 절대로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태림이가 귀가 얇아 금방 흔들리고 낯선 사람을 잘 따르는 게 너무 걱정이 되었다.
내가 장난치며 얘기했지만 태림이도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 걱정해서 하는 소리라는 걸 인지했고 본인도 이번 일은 잘못했다는 걸 알고 다음에는 이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며 내게 약속했다.
자기 때문에 괜한 걱정을 끼친 게 미안했던지 태림이가 너무 어쩔 줄 몰라하는 거 같아 분위기를 풀어주고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다음에는 절대로 따라가면 안 돼"
"나만 믿어!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짱구 같은 믿음이었지만 한 번 다짐하면 하는 사람이니 믿어보기로 했다. 훗날 이 이야기는 태림이를 놀릴 때 한 번씩 나올 에피소드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