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시기. 태림이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하는데 그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액세서리 선물이 핵심이 아닌 태림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선물이 핵심이란 걸 안 나는 태림이가 받으면 엄청 좋아할 선물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바로 파우치. 항상 태림이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하라는 의미로 사준 것이며 여기에 몇 가지 필요한 화장품도 넣고 다니라는 의미로도 줬다. 파우치만 주면 섭섭하니 그에 맞게 작은 향수도 함께 넣어줬다.
이걸 받을 태림이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만나지 않아도 훤히 보였다. 대망의 데이트 날. 우리 커플은 크리스마스 당일에 만나지 않고 그 주 주말에 만났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고 일정이 있어서 꼭 크리스마스 당일에 만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똑같다. 그러기에 얼른 이 선물을 주고 싶었던 난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데이트 당일에 애정이 담긴 선물을 주었다.
역시나 태림이는 선물을 받고 좋아했다. 파우치를. 물론 향수를 받고 좋아했지만 향수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파우치를 보니 복권 1등이라도 당첨이 된 듯 엄청 기뻐했다. 이 모습을 보니 역시 선물 선택은 옳은 선택이었다.
선물을 받은 태림이는 엄청 기뻐하며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한다. 받은 선물을 뜯어서 둘러본 후 나중에 집에서 다시 보기 위해 정리해서 집어넣고는 갑자기 진지하게 내게 말했다.
"오빠, 내 선물은 말이지 내가 고르는 것보다 오빠가 좋아하는 걸 직접 골라서 주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래서 말인데 오빠는 뭘 갖고 싶어?"
내가 갖고 싶은 거. 태림이는 본인이 추측해서 내 선물을 사려고 했지만 내 취향이 확고해서 자기가 생각한 것과 다를까 봐 아예 내가 직접 고르게 했다.
"나는 음..."
"오빠, 전에 갖고 싶다고 했던 로봇 있지 않아?"
"로봇?"
"응, 이번에 새로 나왔다고 해서 갖고 싶어 했잖아."
"응, 있긴 했었어."
"그거 사줄까?"
"정말?"
"당연하지! 크리스마스 선물인데"
항상 태림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선물해 봤지 막상 내가 좋아하는 취미 선물을 잘 받아보지 않아서 이걸 말해도 되나 싶었다. 마음속으로 엄청 고민했는데 내 고민이 깡그리 사라지게 태림이가 못을 박았다.
"20만 원 선에서 갖고 싶은 거 골라!!"
확고하게 던진 그 말은 내 심장을 요동치게 했고 정말 그래도 되는지 물어봤다.
"진짜 그래도 돼?"
"당연하지! 이 누나가 쏜다면 쏘는 사람이야!"
태림이는 나보다 2살 연하지만 숫자 빼고는 모든 면이 연상미가 뿜뿜 넘친다. 여기서도 엄청 뿜어대서 한 번 더 반했다.
"정말이지? 고마워! 나 한 2개 골라도 돼?"
"응! 20만 원 선에서 갖고 싶은 거 골라봐"
요동치는 심장은 좀처럼 흥분을 감출 수 없었고 갖고 싶은 로봇을 가질 생각을 하니 웃음이 주체가 안되었다.
"오빠, 그렇게 좋아?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 처음 보는데."
"무슨 소리야, 자기랑 같이 있을 때 항상 좋아한 모습을 보였는데."
"어째, 로봇 얘기하니 더 좋아하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야."
좋아하는 캐릭터를 얘기하면 행복한 모습을 감출 수 없던 태림이의 모습이 이젠 나에게 비치어졌다. 태림이도 깨달은 것이다. 본인도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걸. 그때서야 우리 커플은 참 궁합이 잘 맞은 커플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다른 선물이 아닌 취미 생활을 존중해 주고 그 취미를 선물해 준다는데 얼마나 좋은 커플인가. 그러기에 서로가 주는 선물은 아주 의미가 있다.
어릴 적부터 로봇을 좋아한 나는 가지고 싶던 로봇을 가지지 못한 게 한이 되어 그걸 어른이 되어서야 풀었는데 여자친구도 나와 비슷해서 서로의 취미를 이해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얼른 이 로봇들과 만나고 싶었다. 물론 태림이가 사주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마트로 갔다. 다른 코너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곧바로 장난감 코너에 가서 내가 가지고 싶던 로봇을 들었다. 새로 나온 로봇인데 디자인이 아주 멋지고 피규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지고 놀기도 전시하기도 좋아 요새 인기를 끈 로봇인데 그걸 나도 태림이 덕분에 갖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오빠, 엄청 멋진 로봇이네. 오빠가 좋아할 만해."
"그렇지? 이거 엄청 인기 많아, 요새 어른들이 눈독 들이는 거야."
1-2년간 애들 만화에서 엄청 멋진 로봇들이 나오면서 수집가들이 찾고 있는 시리즈 로봇으로 그 로봇들 중 2개를 갖게 되니 너무 좋았다.
"나 이거 엄청 갖고 싶었는데 이렇게 받게 돼서 너무 좋다. 진짜 내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고마워!"
"오빠가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 보니까 나도 기분이 좋다. 돈을 쓰는 보람이 있어!"
그러면 안 됐지만 이 로봇들을 받자마자 집에서 어떻게 가지고 놀 생각에만 잠겼다. 태림이를 곁에 두고 잠시 한눈을 팔았는데 내가 너무 좋아하니 태림이도 이해한 거 같았다.
이래서 취미 생활도 잘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한 것인가. 태림이 덕분에 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때 아빠가 사 온 로봇을 들고 좋아했던 내 모습이 잠깐 스쳐보였다. 순수했던 시절.
잊고 있던 그 시절의 나를 태림이가 다시 일깨워졌다. 고마워 태림아.
그날 나는 이 동심을 받고 정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