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이와 연애를 하면서 데이트를 할 때마다 작은 이벤트로 서프라이즈 한 선물로 서로 몇 개 주고받고 했었다. 소소한 일이지만 선물을 받는 기쁨과 상대방에게 필요하며 잘 어울리는 선물을 주고받고 하니 서로의 애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가끔 선물을 줄 수 있으면 줘야지 했는데 이번에는 이 선물 때문에 아주 큰 고민을 하는 일이 있었다. 우리를 소개해준 경이네 집들이 선물 다음으로 내가 가장 길게 고민한 선물, 그건 바로 태림이의 생일 선물이었다.
이번 여름에 처음으로 우리가 사귀면서 태림이의 생일을 맞이했었다. 나는 이때도 서프라이즈 선물을 줄려고 미리 계획을 했었고 생일을 맞이하기 한 달 전부터 어떤 선물을 줄지 고민을 했는데 도저히 고를 수가 없어서 주면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곧 있으면 여자친구 생일인데 어떤 선물을 하는 게 좋을까?"
"보통 여자친구에게 많이 주는 게 가방이나 향수를 많이 주지 않아?"
"향수는 여자친구가 별로 안 좋아해서 뺏어."
"그럼 가방이네."
"가방은 내가 100일 기념 선물로 준 게 있는데 잘 가지고 다니지 않더라고."
"음, 그러면 신발은 어때?"
"신발? 신발 괜찮은 거 같은데. 아 아니다. 신발은 선물하면 그 사람이 떠난다 하는 그런 얘기를 했었던 기억이 있어서 신발도 뭐 주기 애매하다."
"그럼 뭐해줘야 하는 거야?"
"그게 큰 고민이다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데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주변에서 물음표가 더 생기는 상황이 발생해 이게 맞는 건지 싶었다. 보통 여자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준다면 가방이나 액세서리를 주는 걸 들었지만 태림이는 예외였다.
확실한 그녀의 취향과 생활에 있어서 가방과 액세서리는 그녀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뿐더러 선물을 받아도 자주 쓰지 않았다. 물론 어쩌다 가끔 그 선물들을 갖고 외출하고 왔다는 얘기를 하지만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은 선물이 뭐가 있을지 고민을 하다가 떠오른 게 옷이었는데 이것도 잠깐 스쳐 지나갈 뿐 확실한 선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태림이는 키가 작지만 몸매는 글래머 하며 통통한 편이었다. 그래서 내게 항상 말하길 본인이 예뻐서 산 옷들이 대부분 사이즈가 안 맞아 잘 입지 못했다고 얘기하고는 했다. 거기다 자신의 몸매가 부각되는 옷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정말 예쁜 옷을 사주려고 해도 이 사이즈 문제와 그녀의 취향에서 제대로 된 기쁨을 주지 못할 거 같았다.
어떤 선물을 줘야 태림이가 엄청 좋아할 것인지 도무지 정답을 찾을 수 없을 때 순간 태림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떠올랐다.
태림이가 좋아하는 강아지와 곰 캐릭터가 있는데 오죽하면 이 캐릭터들의 굿즈를 살 수 있는 팝업스토어까지 달려가 두 손 가득 채우고 나올 정도다.
이 캐릭터들 관련 선물을 주면 정말 기뻐할 거 같아 찾아보려는데 문제는 과연 이 선물이 생일 선물로 주는 게 정말 맞을까란 내 내적 갈등이 엄청난 토론을 펼쳤다는 것이다.
남들은 가방주네 향수 줬네 하는데 나만 캐릭터 선물을 준다는 건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우리의 나이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인데 이 선물을 주는 게 맞나 싶었다.
하지만 내겐 선택지가 없었다. 이 캐릭터들을 본 그녀의 기쁜 얼굴이 내겐 깊게 자리 잡아 이거만큼 엄청 좋아할 표정을 볼 자신이 없었다. 평범하지만 태림이에게는 평범하지 않는 선물.
나는 즉각 쇼핑몰에 들어가 그녀에게 줄 캐릭터 상품을 찾았다. 인형은 많으니 넘어가고 항상 그녀의 실생활에 빠질 수 없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선물로 주고 싶어 캐릭터가 그려진 머그컵과 파우치를 선물로 샀다.
거기에 파우치를 넣고 다닐 수 있는 작은 가방과 여름이라 엄청 더우니 손선풍기도 하나 넣어주었다.
가방을 살지 말지 고민을 엄청 했다. 잘 안 쓰고 다닐 거 같았지만 생각해 보니 태림이가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외출하기 편한 작은 크로스백으로 내 걸 종종 갖고 나갔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가방도 함께 넣어주며 그녀의 실생활에 아주 유용하며 그나마 기뻐하고 오래 쓰고 다닐 선물로 주었다.
대망의 데이트 날. 그녀에게 줄 선물을 들고 전주로 갔다.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선물을 보며 이걸 받고 태림이가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며 얼른 태림이와 만날 순간만을 고대했다.
행복한 상상을 하니 시간을 쏜살같이 지나 어느덧 전주에 도착을 했고 나는 얼른 우리가 만날 장소인 객사로 향했다. 얼른 보고 싶어 택시를 타고 갔는데 가는 동안 내가 너무 행복해 보였는지 택시 기사님께서 물으셨다.
"여자친구 만나러 가시나 봐요?"
"네, 맞아요. 오랜만에 보는 거라 그런지 벌써 설레네요."
"여자친구분이 엄청 사랑받을 거 같아요. 되게 잘해주실 거 같네요."
"아 그런가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태림이에게 선물 줄 생각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는데 기사님께서 보시기에도 내가 태림이를 만날 생각에 행복한 게 느껴지셨던 거 같았다. 과연 이 선물을 받고 얼마나 좋아해 줄까. 택시기사님과 짧은 얘기를 나누고 보니 금세 객사에 도착했다. 결제를 하고 나서 기사님께 인사를 한 후 태림이를 볼 설렘을 안고 내렸다.
택시에 내리고 태림이에게 연락을 했다.
"나 방금 택시에서 내렸어."
태림이는 내가 택시에서 내렸다는 연락을 받고 어디서 오는지 두리번거리다 나를 발견하고는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오빠,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태림이 보고 싶어서 무지 힘들었어."
"나도 오빠 너무 보고 싶어서 힘들었어."
"이렇게 보니 너무 좋다. 얼른 밥 먹으러 가자. 배고프지?"
"내가 오랜만에 보는 오빠와 함께 가려고 아주 맛있는 곳을 알아뒀어. 나만 믿고 따라와!"
나에게 아주 맛있는 점심을 사주려고 한 태림이는 친구랑 함께 갔었던 파스타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여기는 블루리본이 있던 전주 파스타 맛집. 꼭 나를 데려오고 싶었다고 한다. 태림이가 나를 위해 데리고 간 이곳은 얼마나 맛있을지 선물 줄 생각은 까맣게 잊고 먹을 생각뿐이었다.
얼마나 맛있는 곳일지 생각하며 가니 어느새 가게에 도착,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자리는 꽉 찼었다. 자리가 나기까지 5분 정도 기다렸다가 바로 들어가 앉았다. 가방을 내리면서 선물보따리 조심스럽게 내렸다. 태림이는 이게 본인이 받을 선물이라고 생각은 하지 못하고 메뉴 주문하는데 몰두했다.
무엇을 먹을지 무엇이 맛있는지 태림이가 잘 알 거 같아 선택에 맡겼고 순탄하게 주문을 하고 있었다. 이제 선물을 줘야 할 시간. 태림이는 나를 빤히 보며 무슨 생각하고 있냐며 웃는데 저 웃음에 더 기분 좋게 해 줄 생각을 하니 내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태림이는 내가 이상한 생각하는 것으로 보고 추궁을 했고 너무 이상한 쪽으로 추궁하기 전에 얼른 선물을 줬다.
"자기, 이거 생일 선물이야."
"선물? 뭔데? 받아도 되는 거야?"
그럼, 자기 주려고 산 건데. 얼른 봐봐"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열어보는 태림이는 곧 가방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빠! 이거 오빠가 가지고 있는 가방하고 비슷한 거네!! 나 이런 가방 필요했는데 어떻게 알았어?!"
"자기가 우리 집에 오면 자주 가지고 다녔잖아. 그게 생각나서 샀지."
"정말 오빠는 참 섬세하다니까. 고마워 오빠 잘 쓸게."
"그 가방 안에 생각보다 넉넉하고 좋아. 안에도 한 번 봐봐"
가방을 열어보는 태림이는 곧 안에서 미니선풍기를 발견하고 엄청 좋아했다.
"오빠! 이건 뭐야!! 선풍기 아니야?! 이게 왜 여깄어!?"
"자기 더위 잘 타서 출근할 때 시원하게 하고 다니라고 또 하나 샀지. 짜잔! 자기 거 사면서 나도 하나 샀어. 우리 커플 선풍기 생겼네."
"이런 센스가 넘치는 사람을 봤나!! 내가 이래서 오빠를 안 좋아할 수가 없다니까!!"
가방과 선풍기를 보고 기뻐하는 태림이를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이 선물들도 다행히 좋아해 줘서. 하지만 더 큰 선물을 아직 태림이는 발견하지 못했다. 가방에 가려져 숨은 태림이가 좋아하는 곰돌이가 그려진 선물이.
"자기, 그 백 밑에 선물이 더 있어. 한 번 봐봐."
"선물이 또 있어? 왜 이렇게 많이 준비했어?"
설레는 마음으로 확인한 태림이는 곧 엄청난 행복을 느꼈다.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진 머그컵은 앞서 본 가방, 선풍기 보다 더 행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오빠!!!! 이 귀여운 곰돌이는 뭐야!!!!! 어떻게 내가 딱 좋아하는 캐릭터를 준비했지!!!!"
"다 알지. 내가 누구야!!"
"내 남친이지!!!!!"
역시나 가방보다 더 좋아하는 이 반응은 내 예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 가방도 좋은 선물이긴 하지만 태림이에게는 이 곰돌이가 세상에서 가장 최고의 선물이다. 가격은 가방이 더 높지만 행복도, 만족도, 기쁨의 수치는 곰돌이가 압승을 했다. 행복은 가격이 아닌 좋아하는 것에 나오는 걸 태림이를 보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렇게 좋아하니 내 노력이 빛을 본 거 같았다.
태림이는 이날 선물의 보답으로 내게 진수성찬을 내주었다. 이날은 태림의 풀코스 데이가 되어 나는 원 없이 맛있고 달콤한 먹거리를 즐겼다. 그리고 우린 또 행복한 시간을 남겼다.
지난날의 노력은 오늘의 행복한 미소를 보기 위한 여정이었다. 이 미소를 잃지 않고 계속 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