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가 결혼한다면

by 샤랄리방

때는 5월의 봄이었다. 화창한 봄날을 즐기러 한강 공원으로 산책을 갔었다. 날씨가 좋으니 우리처럼 봄날의 햇살을 즐기러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한강 공원은 시끌벅적했다.


천천히 산책을 하다 벤치에 앉으려고 하는데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사람들로 가득 차 우리가 앉을 벤치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우리의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 생기는 거라 생각하며 천천히 공원을 걷는데 주위를 잘 보니 커플이 많았다. 그중에서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 단위도 보이고 그랬는데 우리는 어느 커플에게 눈길이 멈추게 되었다.


그 커플은 눈이 띠는 행동은 하지 않았고 소소하게 치킨을 사서 먹고 있었다. 치킨을 먹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서로를 향해 사랑의 눈빛을 날리는데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그 커플의 에너지에 이끌려서 우리도 모르게 그 커플 앞을 지나가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자기야, 결혼하니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정말, 오빠랑 항상 떨어져 지내다 이렇게 붙어있으니까 너무 좋다."


그 커플은 우리처럼 장거리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한 거 같았다. 장거리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떨지 그 커플을 보고 궁금증이 몰려왔다.


태림이도 내심 티는 내지 않았지만 커플의 대화를 들었는지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우리 커플이 각자 생각에 잠기며 걷다 보니 빈 벤치를 발견했다. 다른 사람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그 누구보다 전속력으로 달린 우리. 숨고르고 벤치에 앉아 주위 경치를 보다가 아까 커플의 대화가 떠올라 내가 입을 열었다.


"자기, 만약에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떨 거 같아?"

"음.. 지금이랑 똑같지 않을까?"

"그러겠지? 아까 어느 커플 얘기를 듣게 되어서 궁금했어."

"아, 그 벤치에 앉아서 치킨 먹던 커플말이지?"

"응, 자기도 나처럼 귀 기울였구나"

"너무 보기 좋아 보이더라고"

"우리가 결혼하게 된다면 그 커플처럼 되겠지?"

"그러면 정말 좋겠다."


태림이와 결혼을 한다는 생각은 깊게 해보지 않았는데 그 커플을 보니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이 그려질지 상상을 해보았다.


태림이도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는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잠시 정적의 시간이 흐르고는 태림이가 먼저 입을 열며 우리의 정적은 깨졌다.


"오빠, 나는 집안일을 잘 못해서 만약 우리가 같이 살게 된다면 오빠가 책임져야 할 수도 있어."

"좋아, 난 오히려 내가 집안일을 하는 게 편해."

"정말? 왜?"

"모르겠어. 그냥 내가 하는 게 맘 편해. 물론 집에 있을 때는 귀찮아하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게 맘 편할 거 같아."

"뭐지. 내 부족함을 채워주는 이 기분은?"

우리의 미래에 대해 조금 얘기 나누는데 태림이는 나의 대답에서 조금씩 확신에 찬 눈빛을 보냈다.


"만약에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되었어. 근데 둘 중 하나가 일을 그만둬야 한다면 내가 그만두고 집안 일 할게."

"엥? 진짜?"

"응, 나는 여자라고 해서 가정을 위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그만두거나 하는 건 별로라고 생각해. 나는 뭐 재택근무 같은 거 하거나 하면 되지만 자기는 그게 아니잖아."

"뭐지, 이 플러팅은."

"또 우리가 결혼을 해서 애를 갖게 된다면 내가 돌볼게. 그냥 자기는 맘 편하게 일하고 와. 단 항상 아이한테 사랑한다고 표현만 잘해주었으면 해."

"아직 아이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왜 이렇게 든든하게 느껴지지."

가볍게 물어본 얘기가 너무 구체적으로 술술 나오니 나도 놀라고 태림이도 놀랐다.


"오빠, 우리 결혼할까?"

"갑자기?"

"오빠와 얘기를 나눠보니 꼭 결혼해야겠어!"

"자기, 너무 좋아하는 거 같은데."

"내 이상을 받쳐줄 사람인데 잡아야지!"

"워워 진정해. 흥분했구먼"


농담 반 진담 반이 섞인 말이지만 태림이는 나와 얘기를 나누고는 나와의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뀐 거 같았다. 나 또한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똑같이 안정적이며 행복할 거 같았다.


그런데 지금 당장 결혼을 생각하기보다는 우리의 연애를 좀 더 즐기고 우리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연애의 추억을 쌓고 싶었다.


내 일도 불확실성이 있어서 태림이에게 확신을 주지 못해 내가 제대로 안정적인 일을 할 수 있을 때 결혼하면 좋겠단 생각도 있지만 결혼이란 타이밍이라고 했듯이 꼭 내가 안정적인 일을 가질 때 하는 게 아닌 결혼하고 나서 안정적인 일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들어서 우리의 결혼은 지금은 작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태림이와 결혼을 하게 된다며 그 커플처럼 치킨 한 마리를 같이 먹어도 행복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난 복을 만났다.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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