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어느덧 경이네 집들이 날이 왔다. 나와 태림이는 터미널에서 만나 함께 가기로 했다. 경이네 집은 터미널에서 아주 가까웠다. 걸어서 10분 거리. 그래서 오랜만에 태림이와 함께 걸을 겸 손잡고 갔다.
태림이는 경이에게 주려고 간단한 간식과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 선물이 무엇인지 나에게도 비밀이었으며 이따가 선물 공개할 시간이 있을 때 알려준다고 했다. 과연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
태림이와 오순도순 걸으니 금방 경이네 아파트에 도착했다. 신축 아파트라 그런지 아주 깔끔하고 좋아 보였다. 아직 사람들이 많이 입주를 안 해서 그런지 아파트 단지 안은 휑했다. 그렇게 큰 단지도 아닌데 사람이 많이 없으니 뭔가 춥게 느껴졌다. 곧 사람들이 입주해 들어오면 여기도 분명 북적해질 것이다.
아파트를 잠시 구경하다가 경이네 동으로 갔다. 모든 시설이 최신형이라 살기 좋아 보였다. 드디어 제대로 된 신혼집을 가진 경이. 노력의 산물 앞에 초라한 집들이 선물은 나도 태림이도 절대 용납 불가해서 고생해서 찾은 게 정말 보람 있었던 거 같다. 자, 경이네 집은 어떨까.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섰다.
경이네 앞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 빠른 발걸음으로 문을 열어주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어서 오세요. 태림이도 어서 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우리를 반겨준 경이. 매번 밖에서 보다가 이렇게 집에서 보니 이 친구가 진짜 유부녀라는 게 실감이 났다. 그녀를 뒤로 해서 준이형과 후배 태형이 그리고 태형이의 여자친구분이 인사하러 마중 나왔다.
모든의 시선을 받으니 우리는 어쩔 줄 몰라서 얼른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큰 테이블에는 많은 음식들이 있었다. 치킨, 김밥, 육개장, 팔보채 등. 이 중에서 치킨과 팔보채를 제외한 나머지 음식들은 전부 경이가 요리했다고 한다.
나와 태림이는 너무 맛있어 보여서 곧바로 젓가락을 들어 맛을 보았다. 우리를 위해 만든 경이의 요리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경이는 이 요리들을 가리키며 내게 고마워했다.
"오빠가 선물해 준 프라이팬으로 요리했더니 아주 맛있게 됐어요. 고마워요 오빠."
"내가 준 프라이팬이 빛을 받는구나. 잘 써줘"
몇 날며칠 고생해서 찾은 프라이팬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이중 8할은 은밀하게 임무를 수행한 태림이의 몫이 크다. 나는 태림이를 보며 씨익 웃으니 태림이도 이 웃음의 의미를 알았는지 맞장구 쳐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하하호호하며 서로의 얘기를 꺼냈다. 태형이 여자친구 소개, 나와 태림이의 만남, 경이네 부부의 결혼 생활 등 각 커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한창 이야기를 나누다가 경이가 조용히 일어서더니 방으로 들어가 조심히 무언가 꺼내왔다. 그리고는 내게 건네며 말했다.
"오빠, 이거 보세요."
"이게 뭐야?"
한 장의 사진이 경이의 손에서 나왔다. 태아 사진이었다. 이 당시 경이의 여동생이 임신을 했단 소식을 들어서 당연히 조카 사진을 보여준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사진을 들고 있는 경이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오빠, 저 아기 생겼어요."
"진짜? 이거 네 동생이 아닌 네 아기 사진이야?"
"제 애기예요."
"축하해 경이야! 형 축하해요! 얼마나 된 거야?"
"이제 막 12주 지났어요."
사진과 경이를 번갈아가며 놀람을 금치 못했다. 아니 이 소식을 이렇게 접할 줄은 몰랐다. 경이가 임신을 했다면 당연히 태림이도 알았을 텐데 그동안 아무 말도 없어서 당연히 태림이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태림이는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었고 후에 내게 말하기 전에 경이에게 먼저 들었다고 한다. 내게는 이날 경이가 직접 알려주겠다고 비밀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이야 내가 집들이 온 기념 선물을 아주 제대로 받은 거 같아."
"제가 준비한 서프라이즈 어떤가요?"
"너무 기쁘다 정말."
오래 알고 지낸 후배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니 기분이 남달랐다. 내겐 아직 대학시절 그때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어엿한 한 가정의 아내가 되었고 이제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 경이를 보니 마음속에서 무언의 뭉클함이 몰려왔다. 태림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경이가 엄마가 된다니 내심 뭉클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그렇게 우린 아주 기쁜 소식을 안고 즐거운 집들이를 이어갔다. 준이형이 우리와 함께 즐길 게임을 준비했다며 다 같이 모여 게임을 했다. 커플끼리 팀을 이루어 이구동성, 퀴즈 맞히기, 공기놀이, 카드 게임을 즐겼다.
당연히 우리 커플이 모든 게임을 장악했고 우리는 승리를 거둔 커플이 되었다.
게임을 어느 정도 즐기니 경이는 이 분위기에 맞춰 우리가 가져온 선물을 함께 보자고 했다. 제일 먼저 태형이가 가져온 선물은 집들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루마리 휴지 그리고 와인이었다. 태형이의 선물을 보니 휴지를 안 주길 천만다행이었다. 와인은 태형이 여자친구가 준비해줬다고 한다. 준이형이 술을 좋아해 딱 맞는 선물이었다.
다음은 우리 커플 차례. 먼저 내 선물이 이미 앞에서 언급한 프라이팬이고 또 전에 다른 선물로 예쁜 수건도 함께 선물해 주었다. 그 수건이 너무 마음에 들어 화장실에 전시하고 있다는 경이의 말에 모두들 화장실 갈 때 한 번 보겠다고 했다. 쑥스럽네.
베일에 싸인 태림이의 선물은 직장인이게 좋은 선물이었다. 바로 신발 건조기. 오랫동안 신발 신고 서있거나 많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었다. 이건 집들이 오기 전에 나와 함께 선물 얘기 나누다가 나온 스쳐 지나간 선물 중 하나였는데 태림이가 경이의 상황을 고려해 이게 가장 좋을 거 같아 준비했다고 한다.
경이와 태림이의 직업상 오래 서있거나 걷는 일이 많아서 딱 좋은 선물로 준 거 같다. 준이형은 우리의 선물을 보고 다 의미 있고 특별하다며 고맙다고 한다. 이렇게 모인 기념으로 준이형이 사진을 찍자며 다 같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 우리의 즐거운 만남 찰칵. 이윽고 이 만남을 슬슬 정리하며 이날의 하루를 정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와 태림이는 처음 집들이 선물을 골랐을 때를 시작해 오늘의 날까지 얘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무사히 잘 넘기니 좋은 결말이 찾아온 것이다. 우리의 고생이 그 이상의 행복으로 찾아오니까 너무 기뻤고 우리의 사랑도 더 돈독해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