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열정은 꺼지지 않는다
"형 잘 지내시죠?"
"나야 잘 지내지 요즘 뭐 하고 지내?"
"저 학교 옮긴 후 여기서도 연극부 하고 있어요"
이 친구는 군대를 다녀온 후 학교를 자퇴 후에 다른 학교로 재입학을 했다. 그런데 거기서도 연극부를 하고 있을 줄이야.
"형 저 뭐 물어볼 게 있는데요. 이번에 저희가 공연을 하는데 무대 가벽을 어떻게 세워야 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무대그림을 보여주며 내게 물어본 후배. 난 이런저런 간단하게 얘기를 해주었다. 어느 정도 감이 잡은 후배는 고맙다며 나중에 시간이 되면 자기네 공연을 보러 오라고 했다. 대충 날짜를 보니 시간은 되는 거 같지만 섣불리 간다고 할 수는 없기에 시간 봐서 간다고 했다.
그러고 며칠 후인 공연 당일. 같이 활동했던 연극부 후배와 함께 그 친구의 공연을 보러 청주를 갔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청주를 이번 기회에 다녀온 의미로 갔다.
신나게 버스를 타고 청주에 도착한 후 택시를 타고 대학교로 갔다. 본 공연이 열리는 곳은 학생회관. 기사님께 학생회관 앞에서 내려달라고 말씀드리고 달리는 차 안에서 잠깐의 캠퍼스 구경했다.
내가 다녔던 학교가 아니지만 풋풋한 냄새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학생회관 앞에서 내려서 잠깐 둘러본 후 입장했다. 표를 받으러 들어가니 바로 앞에서 후배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처음 봤을 때는 1학년이었던 이 친구가 지금은 24살에 어엿한 군대를 다녀온 청년이 되었으며 동아리 선배로 있었다.
나에게 자기네 공연을 보며 솔직한 감상평을 해달라고 말을 하는데 내가 무슨 평가단도 아니고 그냥 가볍게 보겠다고 했지만 말과는 다르게 그게 참 잘 되는지 싶다.
티켓을 받아 자리에 착석해 공연을 시작할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공연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는데 이 작품은 신춘문예에 당선이 된 작품이며 현재 혜화에서 올리고 있는 작품이었다. 마침 또 혜화에서 한 작품이 같은 날 시작해서 어쩌다 보니 두 작품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건가 했다.
작품 이름은 "도넛" 사람이 느끼는 공허함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사람으로서 누구나 느끼는 그 감정을 도넛이라는 요소를 통해 재미나게 풀어낸 작품이라 인간의 심리와 내적인 면을 재미나게 풀었다.
대학생이 하기에도 정말 좋은 작품이며 공허함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느껴봤기에 공감도 될 수 있어서 이 작품을 선정한 게 아닌가 싶었다.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본 공연을 관람했다. 그런데 공연을 보면서 내 눈에는 무대와 조명, 음향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가볍게 보려고 온 곳인데 나도 모르게 공연에 대해 분석을 하며 문제점을 캐치하고 있었다.
역시 이 직업병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고 다양한 관점으로 공연을 보며 문제점을 파악했다. 그래도 나름 공연도 집중해서 보며 관람을 즐겼다. 공연을 보니 풋풋함 하나만큼은 잘 느껴져서 지난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본 공연이 끝난 후 후배가 와서 소감을 물었다. 내가 보고 느낀 것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잠깐의 피드백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후배에게 조금 놀란 얘기를 들었다.
사실 이 동아리는 오래전에 끊긴 동아리였는데 이번 연도에 이 친구들이 다시 부활시켜 16년 만에 올린 공연이라고 한 것이다. 연이 끊긴 동아리면 없어질 법도 하며 하물며 동아리를 새로 만들 법도 한데 이 친구들은 기존에 있던 동아리를 이어 갔다.
이 얘기를 들으니 동아리에 애정이 많이 있는 것은 물론 연극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서 새삼 다시 보게 되었다.
보통 이렇게 힘든 일은 누가 나서서 하지 않는데 연극을 올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다들 모여 동아리를 다시 시작하며 열심히 준비를 했다니 내가 선배였다면 정말 대견하다고 느꼈을 거 같다.
듣다 보니 지금 이용한 공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보니 아주 열악해 보이는 환경 속에서 이 친구들은 공연을 올리겠다고 열심히 준비하며 올린 것이 보이니 내심 마음이 그랬다.
후배와 짧은 대화를 마치고 터미널로 발길을 옮겼다. 가는 길에 이대로 가는 게 내심 마음이 불편해서 후배에게 동아리 보탬이 되라고 작은 마음을 보냈다.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 친구가 연극에 재미를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알던 이 친구는 다시는 연극부를 안 할 거 같았는데 학교를 옮겨도 연극부 활동을 하며 애정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니 나로서는 참 신기한 모습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한번 맛본 연극은 누구에게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은 추억이자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 준 계기가 되었던 것인가.
이 친구는 아마 후자였으며 1학년에 했던 그 공연을 잊지 못해 다시 연극부 활동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지금 활동하고 있는 모든 연극부 학생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지만 연극이 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모였을 것이다. 내 후배들도 그렇고 그 위 선배들도 그렇고. 연극을 올리는 과정은 정말 힘들지만 열정과 애정이 고난을 이겨내게 만들고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거 같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본 공연을 올렸을 때 그 짜릿함과 성취감. 그 누구도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은 잊지 못한 경험이니까. 그러기에 이 친구가 다시 연극부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번에 이 친구를 보고 나서 다시 한번 연극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잘 다녀왔네.
모든 대학교의 연극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