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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Aug 30. 2023

생일 축하합니다.

1년 중 즐거움을 느낀 단 하루

1년 365일 중에서 가장 특별한 날, 바로 생일이다. 딱 한번 있는 하루. 그 하루를 지난주에 보내고 왔다. 24일에서 25일에 넘어가는 순간 자정이 되자마자 축하메시지가 날아왔다.


"리방씨 생일 축하해, 내가 1등이지?"


매년 생일이 되면 제일 먼저 축하해 주는 그녀. 대학 연극부시절부터 쭈욱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낸 이 친구의 축하는 매년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일 먼저 연락해서 축하해 주며 내 생일은 시작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보면 몇 명에게서 생일 축하 문자와 함께 기프티콘이 온 걸 봤다. 그들이 축하메시지를 보내준다는 건 그만큼 친하다는 뜻이기도 하며 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다는 뜻. 나는 축하 인사와 선물을 감사하게 받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런데 기분 좋아야 하는 축하메시지가 이날에는 뭔가 낯설었다. 


나는 전부터 축하할 일이 있으면 먼저 연락하고 그랬다. 당연히 그건 해야 할 일이며 상대방도 받으면 기분이 좋을 거란 생각에 그랬다. 그리고 정말 당연하게도 내가 축하해 준 만큼 상대방도 내 생일에는 축하 메시지를 해줄 거란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 것처럼 그러지 않았다. 누구는 나에게 축하를 해준다는 말을 한다면 다른 누구는 그러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왜 열심히 축하를 해줬고 이 사람은 나와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냐는 등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며 속상한 감정을 만들고는 했다.


한 번은 나와 생일이 같은 친구가 있었다. 단톡방에서 이 친구한테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연락이 왔었다. 그리고 나 또한 생일이 같았기에 당연히 내게도 연락을 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도 나한테는 생일 축하를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서운한 마음이 확 들어서 다음날 얘기를 했다. 그러더니 다들 미안하다며 뒤늦게 챙겨주고는 했는데 서운한 마음은 사라졌지만 마음의 상처가 남았었다. 


그런 사소한 것에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인지 서서히 모든 사람들의 생일을 챙겨줄 필요는 없다고 느껴졌다. 내가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챙겨주니까. 그리고 나에게는 전혀 고맙다고 느끼지 않을 테니까. 

이때부터 서서히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 연습을 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대방한테 괜한 기대를 해서 나 스스로에게 아픔을 주는 게 아닌가. 내가 무언가 해줬기에 그에 따른 보답을 받길 원했던 건 게 아닌지. 나의 심리가 이렇다는 걸 깨닫기에는 오래 걸렸지만 그걸 알아가는 과정에서 기대를 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며 나를 돌아봤다. 


나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엄청 했다. 내가 당연히 이렇게 했기에 상대방도 내게 똑같이 해줄 거란 기대. 그런 기대가 내 마음을 망친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으니 나는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있던 것이었다. 시간을 흐르며 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고 나니 확실하게 깨닫고 사람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는 연습을 거듭하면서 높은 산 꼭대기에 있는 기대감을 내려놓으니 사람에 대한 원망도 서운함도 사라졌다. 그리고 진정으로 내게 꾸준하게 축하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오랫동안 연락하며 지내며 매년 생일을 축하해 준 사람. 그들에게도 심리적 기대감을 내려놓으니 진실한 축하메시지가 느껴져 내가 느낀 감정이 그대로 문자에 담아져 감사함을 전했다. 감사함. 내가 비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마음. 그래서일까. 이번 생일에 받았던 축하메시지는 전보다 더 진실한 마음이 담긴 감사함을 느껴서인지 낯설게 느껴졌다. 


그 감사한 축하메시지 덕분에 1년 중 가장 특별한 하루를 아주 즐겁게 보내었다. 생일 축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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