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방의 홍보업체 알바 퇴사
월요일에 경기도 어느 학교로 학원홍보를 하러 가면서 이런 무더운 날씨에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일을 해야 하나 불평불만이 많은 그날. 집에서 나오기부터 빨리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뿐. 목적지에 도착하고 학교 앞에서 학원 전단지를 나눠줄 때도 내 머릿속에는 온통 퇴사 생각뿐이었다.
작업을 마친 후 학원 원장님을 찾아뵈어 인사를 드렸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얘기를 하셨다. '아이들 홍보 효과는 있나', '연락이 한통도 없다' 등 많은 학원을 다니면서 들었던 똑같은 질문들이 여기서도 들렸다. 나로서는 대답을 제대로 해줄 수 없는 입장일뿐더러 나도 회사가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에 듣기만 하고 같이 온 일행이 대신 융통성 있게 말을 했다. 사실 융통성 있게 말을 한 것뿐 이것도 회사로 떠넘긴 것이다. 회사가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 그렇게 한 거지만.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머릿속에서는 퇴사만 수십 번 외치고 있으면서 구석에 있는 작은 불씨에는 그래도 조금만 더 다녀보자는 희망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보통 같았다면 그 작은 희망도 잡고 해 보겠지만 이번만큼은 그 희망의 불씨를 내 손으로 끄고 퇴사를 하기로 했다.
그날 오후. 퇴근을 해 집에 도착 후 잠시 쉬면서 머릿속을 정리를 하다가 회사에 퇴사를 하겠다고 연락했다. 회사에서는 예상했다는 듯 기계적인 반응을 보이며 다음날 퇴사 관련 서류를 작성하러 오라고 했다.
다음날. 퇴사 관련 서류를 작성하러 회사에 찾아갔다. 회사에 들어가니 실장님 한 명뿐. 회사에 가기 전에 머릿속에서 싸울 것 같은 상황을 대비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렸는데 쓸 일은 없었다. 회사에서 요구한 서류는 퇴사확인과 그동안 우리가 홍보를 나가면서 열심히 수행했다는 확인서를 받는 것. 그리고 월급연장지급확인서이다.
확인서는 학원들과 소송 대비 우리 회사는 열심히 홍보했다는 확인을 보여주기 위해 받은 건데 솔직히 써주고 싶지 않았을뿐더러 회사는 하는 게 없었고 온전히 알바생만 고생을 시켜서 일을 했다. 정말 욕이 나오려다가 다시 목 속으로 넣고 잠시 생각하다가 작성했다. 종이에 써인 대로 써달라고 했는데 그건 너무 싫어서 그대로 쓰지는 않았다. 내가 잘 작성하고 있는지 눈앞에 앉아서 지켜보다가도 휴대폰을 보며 딴짓하는 실장님을 보면 무슨 날 감시하려고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확인서를 작성한 후 월급연장지급서를 써야 하는데 이건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물어봤다. 회사에서 차후 학원 관리 중 문제가 생기면 월급에 차질이 생기니 작성한다고 하는데 이건 그냥 돈이 없어서 늦게 주려는 수작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체 이 사람들 어디까지 썩은 것인지. 곧이곧대로 이거 또한 박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앞서 몇 명이 회사에 들이박아서 나까지 그러면 그냥 싸우자는 것밖에 되지 않아서 월세 얘기로 해서 월급날이 받을 수 있도록 마무리를 지었다. 정말 월급날에 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싸우지 않아도 이미 난 노동청에 이 회사를 신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저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지 궁금하면서 마지막으로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안심을 할 수 있길 바라며 얘기를 한 거지만 이 회사에는 더 이상 그런 미련을 안 갖는 게 낫겠다 싶어 나오고 나서 다른 알바생들에게 노동청 신고를 얘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신고가 들어갔다. 전에 퇴사한 친구가 아직까지 월급을 못 받아 연락을 했는데 회사에서는 연락을 피해 바로 노동청에 신고를 했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 그 친구가 나와 비슷하게 일하다 나갔는데 첫 월급이 나보다 훨씬 적었다. 나랑 똑같이 일했고 나랑 근무가 하루밖에 차이가 났는데 나조차도 그건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 심지어 이 친구보다도 덜 일한 분이 돈을 더 받았다는 점에서 이 친구에게 굉장한 불쾌감을 줬다는 거.
바로 회사에 따졌는데 회사는 문제없다고 못을 박았고 이 친구 또한 노동청과 노무사를 통해 다시 또 들이박았다. 그리고 이 회사는 죽어도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악을 썼다. 이 과정에서 여러 알바생들이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주휴수당 관련 얘기를 하다가 잘리는 일도 있어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도 퇴사 후 아직 월급을 받지 못했지만 주휴수당 얘기를 하다가 반협박을 받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당연한 건데 마치 특별하다는 듯이 말하는 이 회사는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 우리가 나간 후 구직사이트에서 공고가 올리는 걸 보고 몇 명이 신고를 해서 그 후로는 공고를 보지 못했다. 더 이상 우리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라며 앞으로도 그 회사의 공고가 보이면 신고를 하려고 한다. 거짓 공고, 불법 계약서, 주휴 수당 없음, 욕받이, 광고 사기.
아직도 이 사회에는 악마가 판을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