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방의 홍보업체 알바 두 달
첫 달 월급을 받고 나서 잠시 정신이 흔들렸지만 간신히 붙잡고 다음 달 월급을 위해 꾹 참고 일을 나갔다. 이 회사에 들어오고 한 달 동안 사람들이 나가기를 반복하면서 이 회사가 얼마나 안 좋은 곳인지 그리고 홍보를 정말 제대로 하는 곳이 아닌지 두 눈으로 보면서 세상에는 아직 이렇게 못된 곳이 남아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나도 당연히 그들처럼 회사를 나가야 했지만 수습이 끝난 다음 달 월급에는 제대로 정산이 될 거란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보려고 입에서 그만두겠단 말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열심히 참았다. 그렇게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다.
7월이 들어서면서 알바생이 새로 들어왔다. 내가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그들 대다수는 다니지 않았다. 그러다 회사에서 사정상 무급휴가를 줘서 휴가를 갖다가 다시 회사를 간 날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보였다. 회사에서는 고분고분 회사사람들의 말을 들은체만체하며 전단지를 챙기고 나와 함께 배정된 사람과 함께 현장으로 출근했다. 현장에 출근할 때마다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어디 사세요?", "여기 어떤 거 같아요?", "점심 뭐 먹고 싶어요?"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면서 친분을 쌓고 조금씩 회사얘기를 했다. 대부분 이 회사는 어떠며 급여 관련해서 내게 질문을 했다.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 기존에 다녔던 사람들에게 했던 질문들이 이제는 내가 똑같이 받고 답을 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돈은 잘 나온다고 하지만 나는 돈은 계약서대로 주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계약서는 잘못되었다는 뜻. 사람들이 처음에는 불안한 눈빛과 의심의 눈초리로 보다가 몇 번 다니고 나서야 내 말에 거짓이 없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사람들이 또 한 번 있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들어왔다. 이게 계속 반복이 되면 이쯤이면 이 회사가 얼마나 운영을 못하는지 지나가던 초등학생도 알거라 본다. 사람들이 나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회사도 분명 그 이유를 알지만 우리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으며 개선을 할 의향도 없었다. 대체 이 회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나도 얼른 월급을 받고 그만두어야 하나 아니면 그전에 그만둬야 하나 흔들릴 때 내가 월급은 무조건 받고 그만둬야겠다는 계기가 생겼다.
회사에서 내게 경상도 쪽으로 출장을 다녀올 수 있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또 개고생을 할 거 같으며 돌아오는 교통편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를 안 해줄 거 같아서 거절을 하려고 했다. 근데 같이 가는 친구가 괜찮은 친구이며 출장비가 하루 12,000원 나오니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와야겠다 싶어 승낙했다.
출장 당일 영등포역에서 KTX를 타고 내려가는 길. 기차에서 한숨 자며 내려가려고 하는데 문자가 왔다.
"리방씨 전에 갔던 학원에서 회사에 소송 걸었대요. 그래서 저하고 리방씨가 다녀와서 우리 무슨 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대요."
소송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나는 그저 회사에서 하라는 전단지를 나눠준 거뿐인데 내가 왜 이런 일에 까지 휘말려하는 건지 싶었다. 아직 회사에서는 내게 뭐 작성하라는 말이 없었기에 일단은 넘어갔다.
출장지에 도착 후 현장으로 이동, 날씨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우리는 나름 최선을 다하며 맡은 바를 다했다. 그 후 원장님을 찾아뵈어 짧은 대화를 나누고 나왔는데 그 대화에서 참 기가 찬 이야기를 들었다. 원장님께서 이 회사가 너무 연락이 없고 홍보도 없어서 직접 전화로 언제쯤 홍보작업을 하러 오냐 여쭸는데 대표가 원장님께 유능한 정직원이 보내겠다며 거짓말은 친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보내기 전에 앞서 회사 직원과 알바생을 보냈었는데 그때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또 원장님께 거짓말을 친 것이다. 그러고 우리에게 따로 남긴 얘기도 없었고 그래서 우리는 전혀 아직 못했던 일들을 현장에 와서 알았고 대표가 원장님께 거짓말을 친 것과 회사가 우리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해 몹시 화가 났다.
기분 좋게 왔는데 먼 지방까지 와서 이런 기분을 가져야 되나 싶기도 했고 애써 진정을 해보려고 했지만 그게 참 잘 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맛있는 치킨을 먹고 나서야 내 마음은 조금 진정이 되었고 얼른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다음날 다시 현장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나서 원장님을 찾아뵈었다. 호호 웃으며 반겨준 원장님 그러나 조금씩 얼굴색이 바뀌셨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물었다. 원래 이렇게 홍보하면 연락이 잘 안 오는지. 그거에 대해서는 우리도 전혀 알지 못해서 제대로 답변은 못 드렸다. 다만 전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있고 연락처를 남겨서 본사에서 상담을 하라고 전달했으니 곧 소식이 있을 거라고 답변을 드렸다. 우리가 홍보한 날 한 학생이 다니고 싶어서 연락처를 남겼고 우리는 회사에 이 학생은 무조건 다니고 싶어 하니 빠른 시일 내로 상담을 하라고 했다.
그러나 본사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않고 상담을 하지 않았다. 학원 원장님과 짧은 대화 후 밖으로 나와 회사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일에 순서가 있다면서 상담은 뒷전이고 다른 학원에 영업만을 뛰고 있던 것이었다. 이럴 거면 우리는 왜 먼 지방까지 내려와서 열심히 전단지를 돌렸나 싶었다. 빨리 상담을 해주고 그래야 원장님들께서 홍보한 보람이라도 느끼셔야 하는 건데 그런 건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도 안중에도 없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회사에 집에 올라가는 교통편을 부탁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이번에는 기차가 아닌 버스로 예매를 했다. 전에 미리 기차 편을 끊어서 보내준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여기에도 화가 났지만 나한테 저번처럼 고생시키지 않겠다며 KTX를 알맞은 시간 때에 예매해서 보내준다더니 이번에는 버스를 끊었다고 얘기를 한 것이다.
버스가 어쩌냐 그러겠지만 나와 함께 근무한 친구는 2호선 라인이며 신림과 신촌에 산다. 기차를 타고 오면 집에 가기 수월하며 더욱이 회사에서도 우리가 사는 곳이 어딘지 안다. 그런데 버스는 집을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물며 버스는 서울까지 기본 4시간 이상. 이렇게 먼 지방까지 와서 고생을 하고 집에 가는데도 또 고생을 하려니 너무 화가 났다.
"저 장시간 버스 못 탑니다. 기차로 바꿔주세요."
회사에 대놓고 버스 못 탄다고 말했다. 정말로 장거리 버스를 잘 못 타는 것도 있지만 앞서 회사가 내게 말한 것과 그리고 내가 회사에 말한 것이 전혀 들어지지 않아서 거절했다. 회사는 상의를 한 후 내게 기차를 예매해 주겠다고 했는데 결제를 하려니 오류가 생겨서 우리 보고 현장에서 끊고 영수증 청구하라고 했다. 다만 기차는 새마을호. 더 이상 싸우고 싶지도 않고 화도 내고 싶지도 않아서 새마을호를 끊고 올라왔다.
참 황당했다. 새마을호와 버스표 가격을 비교하면 몇 천 원 차이밖에 안 났다. 이들은 그 몇천 원을 아끼겠다고 우리를 버스표로 끊어줬다. 이 같은 상황이 한두 번 있었던 것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이날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알바생들에게도 똑같이 이래왔고 우리가 따져서야 일을 하려고 하니 정말 우리를 제대로 대우할 생각이 없구나 싶었다.
이날을 계기로 나는 월급을 받자마자 알바를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