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고모님께
아직 한 달이 채 안되어서 그런지 별로 실감이 안 나요.
편안하신가요?
오빠한테 마지막 순간이 그리 길지 않다고 들었어요.
사람 목숨이 그리 쉽게 끊어지진 않는다고 하잖아요.
의사도 3일 정도 생각하라고 했다는데,
하루 정도 힘겨운 싸움 하셨다면서요?
너무 오래 힘들지 않아서 저는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2월에 요양병원 문병 갔을 때
아빠는 별말씀 없으셨지만
'우리 누나 얼마 안 남으셨구나.'라고 생각하셨을 거라 짐작해요.
다른 사람들은 문병 중 눈시울 붉힐 때,
저는 누워계시면서 문병 온 사람들 둘러보며 명확하지 않은 발음이지만
하시는 말씀을 유심히 들었어요.
입이 마르는지 물 좀 달라고 하셔서 제가 플라스틱 물 잔 빨대 입에 넣어드렸어요.
물이 좀 찬 편이고 뚜껑 없는 채로 방치되어 있던 거라 좀 마음에 걸리긴 하더라고요.
그땐 한 달에 한 번 문병 오자고 얘기 나눴었거든요.
그런데 살다 보니
3월 그냥 넘기고,
4월엔 이미 안식의 길로 떠나셨네요.
2년 전쯤 집으로 불러 주셔서 밥 같이 먹었던 기억이 최근 기억이어서 참 다행이네요.
지병은 있으셨지만 치아가 튼튼해서 오래 사실 것 같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저 중학교 입학할 때쯤 가방 사라고 용돈 주셔서 감사했어요.
우리 집은 가난해서 뭔가 필요할 때 사달라소리를 제대로 못했거든요.
많이 헤진 가방 들고 중학교 가긴 싫었는데, 용돈 받고 정말 기뻤어요.
그날 바로 인지, 며칠 후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시장 가서 정말 예쁜 가방 골랐어요.
친한 친구들이 대부분 배정받은 중학교가 아닌 곳으로 가게 돼서 아주 침울해 있었거든요.
아빠 빨리 납골당 데려 오라고 며칠 전 제 꿈에 나오신 건가요?
작은 아버지 계시던 인천 가족 공원은 가까워서 아빠가 마음 동할 때 자전거 타고 휙~~ 다녀오시곤 했는데, 고모 계신 곳은 좀 멀더라고요.
자차를 이용해야 하니 아빠 혼자 가시기 여의치 않아서 자주 가지는 못 할 듯합니다.
편안한 휴식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