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비 오는 날의 풍경, 물영아리
안개 자욱한 물영아리를 걷는다
다른 때는 빙 둘러 산책길을 돌았는데
오늘은 길 공사로 막혀 있어
고바위 계단 길을 천천히 올랐다
안개비가 혼을 실어 나르고
흰 날개옷자락 흩날리며 오가고
이파리들은 빗물을
눈물처럼 흩뿌리는 오후
습지엔 소금쟁이와 심은 지
한 달쯤 된 벼포기 닮은 물풀들이
고마리와 어우러져 나른하고
새들이 여기저기 후루룩 난다
잠시 다녀가는 사람들 여럿 지나가도
희뿌연 저 가장자리까지 가 닿는
마음은 눅눅하다
물안개에 폭 안긴 물영아리 습지를
쉬이 벗어나지 못한다
습지에 축축히 젖은 마음
물안개로 가라앉는 오후
누구는 이승을 떠나고
떠나지 못한 발길은
숲을 헤맨다
겹겹이 빛나고
겹쳐서 어두운
초록이파리들은
삶을 노래하며
손짓한다
모든 살아있음은
사라진 것들 위에
돋아나는 것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