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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21. 포기할 수 없는 것들

by 조유상

만지는 질감을 포기할 수 없다

아기의 보드라운 뺨과 꼬물대는 발가락

동백의 도톰하고 매끈한 초록 잎

거칠고 두툼한 삼나무 기둥

톡톡한 편백 이파리

포근한 이불 보드라운 감촉


듣는 소리를 포기할 수 없다

새벽마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새소리

미세히 전해오는 첼로의 떨림

안부를 물어오는 지인의 목소리

나뭇가지 흔들며 다가오는 바람소리

파도의 속살거림과 이따금 몰려오는 함성



보는 눈을 포기할 수 없다

매일 다른 그림 그리는 구름 미술관

초록이 움트고 봉우리를 여는 꽃

밤을 밝히며 춤추는 반딧불 무리

말이 갈기를 날리며 풀 뜯는 풍경

한라의 서로 다른 얼굴


먹는 맛을 포기할 수 없다

혀끝에 감기는 과일의 단맛

쌉싸름한 나물 씹는 맛

붉은 토마토의 짭조름한 맛

밋밋하고 구수한 밥맛



코에 스치는 향을 포기할 수 없다

바람에 실려오는 멀구슬과 인동, 토끼풀꽃 향기

과거로 데려가는 나무 태우는 냄새

짜릿하고 아찔한 장미와 백합향

입 안 가득 감도는 천혜향 내음



오늘도 가득한 새소리

구름과 숨바꼭질 하는 햇살

둥둥 떠 있는 산딸나무 꽃더미

공기를 흔드는 살랑바람

구수한 밥 익는 내음



고요히 눈 감으면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

맑고 어둡고 고요하다

달큼하고 향기롭고 어른거린다

스미고 가라앉고 날아오른다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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