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일상 속 일탈, 몽골여행
이래서 몽골몽골 하는구나.
말을 타며 바라보는 자연 앞에 압도된다.
말을 타기 전 공손히 떨리는 마음으로 합장하고 속으로 기도한다.
우리 모두 이 특별한 체험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그리고 말과 조용히 교감할 수 있도록.
왼발을 등자에 1/3 올리면서 두근거림이 시작되었다.
살아 있는 말 타는 건 이번 생에 처음이라.
비율이 좋고 아름답기로 말을 따라잡을 동물이 있을까 싶다. 빼어나다.
두툼하고 약간 딱딱한 안장 무게만으로도 말이 힘들 거 같은데
50여 키로가 넘는 사람을 하나 더 얹는다니. 말이 말을 못 해서 그렇지
푸르륵 투레질 속에 불평과 불만이 들어 있지는 않을는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휙 몸을 날려 올라타 오른발도 등자에 살짝 밀어 넣는다.
말의 눈치를 본다. 말은 지금 어떤 심정일지, 예상했던 무게일지, 호흡을 함께
해도 괜찮을 정도인지... 나의 긴장이 그에게 옮겨가진 않았는지. 다행히 말이 순조롭게
받아들이는 느낌이 온다. 몸살림운동을 오래 해 와서 그런지 몸의 힘을 빼는 건 수월하다.
말 배에 내 양다리를 살짝 붙이고 한 번 가볍게 일어나 본다. 음,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장갑 낀 손바닥으로 고르게 잘린 말 갈기 양쪽 목덜미를 쓰다듬어 본다.
손 닿지 않는 등허리 긁어줄 때의 시원함을 느끼는지 말도 편안히 내 손길을 받아들인다.
어깨와 온몸의 힘을 빼고 기다리는데 나를 리드하는 기수가 리더인 모양이다. 앞서서 리허설로 우리 일행 말 타기를 기다리는 동안 동그랗게 몇 바퀴를 돈다. 일행이 준비하는 동안 나도 숨을 고르고 말과 호흡을 맞춰본다. 편안하다. 전생에 나 몽골인이었으려나?
모두 준비를 마치자 내 기수 말이 선두에 서서 걷기 시작한다. 광활한 둔덕과 둔덕이 끝없이 펼쳐진 몽골이라는 땅을 튼튼한 말 다리로 딛고 서 있다. 이 막막함과 광활함 앞에 인간은 그저 점 하나에 불과하다.
땅을 경배하고 푸르른 하늘을 우러르며 걷는 자체로 이미 자연과 하나가 된다.
벅차오른다. 몽골이 그리움이었던 이유를 조금 알 것만 같았다. 몽골 가자는 말은 내가 먼저 꺼냈고 친구들은 대체로 수동적으로 따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이 광활한 아름다움 앞에 기꺼이 넋을 잃었다.
차츰 생각을 멈추니 숨이 고르다. 급할 것도 재촉할 일도 없다.
무상 속 구름도 멈춘 채 고요히 펼쳐져 함께 걷는다. 이럴 수 있다니.
이거 너무 비현실 아닌가?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복닥거리는 인천공항을 경유했는데...
삶이 이리 유유히 흐를 수 있는 거야, 지구 어느 편에선가는?
삶의 최고 속도도 말이 달리는 정도만 되면 어떨까, 아득한 하늘과 평원을 바라보며 문득 꿈꿔본다.
2번째 말타기, 홉스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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