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어쩐지
(동영상을 확대해 보면 잘 보여요)
옴찔옴찔하더니...
그럴 줄 알았지.
삼색 얼룩이 냥이가 내 방 창 앞 둔덕 위를 살금살금 걷고 있다.
일단 몸을 낮춘다.
표적 발견했다는 표시다.
집중, 초집중 중이다.
10초, 20초, 냥이 심박수가 빨라지는 만큼 나도 심장 쫄밋거린다.
몸을 최대한 낮춘 채 뒷발을 옴찔옴찔한다. 드디어!
어느 순간 쏜 화살처럼 박차고 앞으로 돌진한다.
푸드덕, 잠시 후 의기양양하게 자기 몸뚱이 절반 만한 비둘기를 입에 물고 온다.
비둘기는 여물어가던 해바라기씨를 입질하고 있었을까,
아님 해바라기 아래 노닐던 지렁이라도 지범거리고 있었나?
전리품을 입에 문 그는 아무 일 없던 듯 태연하고 걸음은 느긋하다.
목표를 향한 집념과 목표를 이룬 자의 느긋함을 바라본다.
통통한 비둘기는 지레 죽었다. 내가 ‘냐옹’하고 되잖은 흉내 소릴 내니
쓱 올려다보곤 얼른 물고 도망간다. 나... 경쟁자 아닌데.
그가 도망가고 남긴 비둘기 깃털만이 잔디에 두어 개 떨어져 있다.
포획 흔적은 그렇게 남았다.
너의 하루는 든든하리라.
비둘기를 먹었으니, 오늘 하루 평화롭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