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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40. 사라져 가는 것들을 애도하며

by 조유상

주여 때가 되었나이다를

노래한 릴케를 떠올린다


가을볕을 더 놓아주기를 소망해 본다


탱글한 볕에 벼는 익어갈 테고


서둘러 잎을 떨구는 나무도 있다


화사한 날개옷 입고 춤추던

나비도 땅에 뒹군다


채 여물지 못한 풋밤이 툭툭

산길에 떨어져 내린다


그래 저물고 있구나


때를 알고 있는 건 자연이건만

몸부림치고 저항한들

가는 시간에 빗장 걸 쇳대는 없다


지는 것들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하고


이른 저녁별을 보며 고요한 죽음을 마주한다





#지는 잎새 #사라져 가는 것들 #애도 사라져 가는 것들을 애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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