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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41. 돌아온 길목에서

by 조유상



달개비(닭의 장풀)

괭이밥

개망초

쥐꼬리망초

쥐꼬리망초와 노랑나비

쥐손이풀

주홍서나물

흰꽃나도샤프란


며느리밑씻개

새팥

꽃범의 꼬리와 호랑나비




돌아오는 길은 낯익고도 설다

오래 살던 곳 아니어도 정들 수 있지

하늘은 여전히 구름을 품고 맑게 떠 있다



보름 남짓 떠나 너무 먼 곳을 돌다 와서일까?

달이 찼다 반 너머 이울 만큼이어서 일까?

도무지 새롭다



낯가림하는 아이를 마주하는 느낌이다

햇살 아직 따끈한 길 커단 가방 굴리며 돌아오는 한낮

아무도 반겨주지 않았다



아니 아니, 아니야

근처 오름이 먼저 달려와

깊은 눈으로 마주 서고

애기 손톱보다 작은 풀꽃들이

서둘러 마중 와 있다



풀섶으로 눈 돌리자 기다렸다 말하며

쥐손이풀꽃, 며느리밑씻개, 달개비꽃, 쥐꼬리망초와 달개비

말간 얼굴 동무들 온몸 흔들며 반긴다



호랑나비 노랑나비 박각시나방

이 가을 어디 다녀오냐며

나부끼며 날아든다



어느새 깊숙이 와 버린

가을 하늘 아래 구름 동무하여 머물고

먼저 뿌리내린 길동무가 반겨주는 벌판



뜨락에 들어서니 여전한 백일홍과

범부채와 호랑나비, 다시 피는 흰꽃나도샤프란이

돌틈에 호젓하다



보고 또 돌아보니 어느 틈에 정든 집일세

동무들과 일일이 얼굴 마주하자

아, 나는 이미 혼자가 아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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