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모금

65. 구석진 마음

by 조유상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던 고독을

세포 하나하나로 헤아릴 때

정신은 말짱한데 아픔은 마디마디였다

이유 없이 갑옷을 입은 마음은

날카로운 비늘로 뒤덮였다



간직하거나 지켜야 할 게

남아 있지 않던 서랍엔

깨알 글씨로 가득해

숨죽인 나만 숲으로 무성했다


가끔 꾸벅꾸벅 졸았고

어쩌다 깨어나기 위해

팔뚝을 깨물었다

이빨자국이 난 팔뚝은 나를 올려다보며

비웃듯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푸른 하늘이 아깝지 않던 때

무수한 푸르름을 낭비하고

홀로 된 무덤 속 시간

고요히 시끄럽던 골똘의 시간


보이지 않는 그늘은

해와 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문밖을 나서지 않는

구석진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