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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촉촉이 적셔주는 노래

by 조유상

https://youtu.be/uSrKff0w6CU?si=H1fBVznslNxhFsBl




친구가 아침에 보내준 노래에 젖어든다, 무한반복 들으며.

커튼을 열자 흐린 하늘이 잔잔히 구름을 흘리며 바라본다.

비단결 같은 흑색 까마귀가 낮게 날고.

우아하게 날개를 펼치다

전봇대 위에 살짝 앉은 까마귀 얼굴은 멀뚱하다.


나무 우듬지조차 미동도 않는 이런 날씨

무표정하게 감정을 숨긴 채 아래로 갈앉는 마음을

어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말하는 듯.


바람의 고장에서 바람 없는 날이라

늘푸른 숲이 꼿꼿이 서 있다.

내 품에 안기렴... 유혹한다.

그래,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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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우울증이 있어 2년간 거의 자리에만 누워 계셨다던 내 맞은편 방 한달살이 70대 부부.

여기서 매일 낮밥을 같이 먹으면서 시답잖은 농담과 소소한 얘깃거리에 차츰 웃음이 잦아진다.

벌써 3주 가까이.

가끔이지만 나에게 뭘 물어보기도 하신다.


우울증은 속으로만 파고드는 자기 세상 속에 갇혀 있는데...

그 한발을 떼시는 걸까...? 과연?


화단에 이미 핀 녀석들도 있는 향수선화며 고갤 내미는 수선화로 이끌어 본다.

찬찬히 들여다 본다. 매일 얘들 자라나는 것만 봐도 신기하겠죠?하니 웃으신다.

그 웃음 속에 숨겨진 찬란한 젊음을 엿본다.

저릿하다.

무엇이 저 맑은 웃음을 가두었을까?

궁금해도 그걸 끄집어 내려 애쓰지 않는다.

가만히 곁에 있을 뿐이다.

바람 없는 오늘처럼, 스치는 바람처럼.


어제는 복수초 향기가 진하다고,

엎드려 맡아보니 그렇더라고 했다.

둥근 돋을 마당에 들어가 복수초에 엎드리신다.

아, 향기가 있네 하며.

불편한 다리로 굳이 올라가 그러는 모습이

설렌다.



2주에 한 번 도서관을 갈 때마다 아래층 사장님과 맞은편 아주머니께 보여드릴만한 책도 빌려온다.

책을 빌려다 드리면 남편과 밖에 나가는 시간 빼고는 내내 읽으시는지 생각보다 빨리 읽고 돌려주신다.

내가 샤워할 때 내 방문을 똑똑 노크하셔서 책, 방에 두고 가시라 했더니 책 위에 음료 두 병을 얹어 침대에 올려놓으셨다. 깔끔한 성격이 내비친다. 빚지고는 못사는.


며칠 전 검은오름을 오르느라 두 시간 반 걸으셔서 다리가 아프시단다. 조금 쉬면 나을 줄 알았더니 어제 보니 절뚝거리신다. 방에 모시고 들어와 몸살림운동으로 고관절 잡는 법도 알려드리고 눕혀놓고 발에 뜸을 수없이 떴다. 삔 것과 다른 모양이다. 멍이 들고 붓기가 있다. 뜸을 뜰 때마다 진저리를 치며 아 따가 아 따가 하는데 같이 웃었다. 따끔해요! 하며 함께 진저리쳤다. 오늘은 좀 나아지셨으려나?


상비 처방약으로 가져온 뜸과 뜸지기가 있어 다행이다. 뜸이 효도한다.

아래층 사장님은 일을 많이 해서 양손 엄지에서 손목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아프고 앞방은 다리가 아프다.

두 분 뜸떠 주고 운동을 가르치고 나면 두 시간이 훌떡 지나간다. 자그마한 선물같은 시간이다.

고요한 숲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용히 하는 시간은 맑음이다.


오늘은 우당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동부도서관에 가서 반납할 예정이다.

동부도서관서는 어떤 책과 조우할까.

제남도서관서 무데기로 빌린 책도 반납하고 한 보따리 빌려오겠지.

세 사람이 읽을 책 보따리를 꾸러미처럼 들고 올 나를 생각하니 벌써 신난다.


조용한 이곳,

시간이 함께 흐른다.

여기에도 이웃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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