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 로얄은 루이 13세의 재상, 리슐리외 추기경 저택으로 루이 14세가 어린 시절 잠시 머물며 '팔레 로얄'로 불리게 된 곳이다.
가까운 곳에 튈르리 정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팔레 로얄 정원은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보다 편안하다. 특히 날이 좋으면 정원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뛰어노는 아이들, 산책하는 반려 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 기분이 더 좋다.
정원 중앙에 있는 분수대에서는 볕을 쬐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들을 보고 있으면 주변 공기가 '여유'를 잔뜩 머금은 느낌이 든다. 급하게 뛰거나 핸드폰으로 목소리 높여 통화하는 사람도 없다. 느긋하게 혼자 또는 함께 온 일행과 오롯이 그들만의 시간을 갖는다.
나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고 휴식을 취해보지만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찾는다. 괜히 어설프게 그들을 흉내 낸 건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마음 편히 쉬고 있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의 그리운 사람들, 엄마, 아빠, 친구들과 이곳에 함께 왔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엄마, 아빠랑 오면 낮잠 자야지.
애들이랑은 군것질거리 챙겨서 피크닉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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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엄마가 보내준 깻잎지!
누구는 요즘 어떻게 지내려나... 카톡 보내야지!'
이런저런 생각이 이렇게 저렇게 이어지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니 점심시간이 거의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참 타인의 여유를 쫓아갔구나 싶다. 생각보다 여유는 가까이 있었다. 무언가에 여유를 국한시킬 필요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나만의 여유,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